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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때문에…30년 뒤엔 경기 포천·연천만 사과 주산지?

중앙일보

입력

경북 영천시 금호읍 한 과수원 배나무에 빼곡하게 매달린 노란 배봉지. [프리랜서 공정식 ]

경북 영천시 금호읍 한 과수원 배나무에 빼곡하게 매달린 노란 배봉지. [프리랜서 공정식 ]

경기도 이천에서 6만6000㎡ 규모의 사과 과수원을 하는 박용한씨(64)는 요즘 고민이 많다. 예전만큼 사과 수확이 좋지 않아서다. 날씨가 서늘해야 달고 맛있는 사과 수확이 가능한데 올해는 봄에는 가물고 더운 날도 많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 결과 #온난화로 30년 뒤 기온상 사과 재배 가능 면적 19만㏊→3만㏊ #포도·인삼 등 재배 가능 면적도 줄어…배는 오히려 증가

실제로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올해 도내 과일 생육상황 현황을 조사한 결과 1a당 사과 생산량은 올해 3470㎏으로, 지난해(3568㎏)보다 3%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9월 21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전국에서 모여든 사과로 가득하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9월 21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전국에서 모여든 사과로 가득하다. [프리랜서 공정식]

박씨는 "아직은 기온으로 인한 생산량 변화를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농법 등을 개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경기도 내 사과 재배 가능 면적이 30년 뒤에는 84%가 줄어들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4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기온 상 경기도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은 19만4000㏊(2014년 기준)다.

그러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2030~2040년에는 포천·가평·이천·여주 등 현재 도내 사과 주산지의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2.2도 상승한 12.7도로 조사됐다.

지난 9월 21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전국에서 모여든 사과로 가득하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9월 21일 추석을 앞두고 경북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전국에서 모여든 사과로 가득하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에 따라 연평균 7.5도~11.5도 기온에서 자라는 사과의 2030~2040년대 도내 재배 가능 면적은 현재보다 83.9% 줄어든 3만1000㏊의 면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것도 포천·연천 등 경기 북부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온난화가 계속되면 2040~2050년쯤 도내 사과 재배 가능 면적은 현재보다 97.5% 줄어든 4780㏊만 가능할 전망이다.

기온 상 재배 가능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사과만이 아니다. 경기도 특산물 중 하나인 포도(연평균 11도~15도에서 재배)의 재배 가능 면적도 현재 35만8000㏊에서 78.5% 줄어든 7만7000㏊다. 인삼의 재배 가능 면적도 현재 95만4000㏊에서 84만4000㏊로 11.9% 줄어든다.

반면 연평균 11.5도에서 15.5도에서 자라는 배의 경우 재배 가능 면적이 현재 67만3000㏊에서 76만6000㏊로 13.8%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했다.

아열대과일 재배면적도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로 블루베리의 도내 재배면적은 2011년 144㏊에서 2015년 254㏊으로 76.4% 증가했고 체리도 같은 기간 11.6㏊에서 17.5㏊으로 50.9% 늘었다. 2012년 재배면적이 7.9㏊에 불과하던 아로니아의 경우 2015년 75.8㏊로 급증했다.

김순재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도내 주요작목의 재배환경 변화를 분석해 미래에 적합한 작목선정과 안정적인 작물생산이 가능하도록 기후변화대응 연구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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