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만명 이용하는데 스프링클러는 0개...인천1호선 계양역

중앙일보

입력

인천교통공사 CI. [홈페이지 캡쳐]

인천교통공사 CI. [홈페이지 캡쳐]

“공공장소인데 설마 진짜 없겠어요?”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양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용규(42)씨는 계양역 내에 스프링클러가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반문했다.

화재발생시, 옥내소화전 찾아 뛰어야 #계양역, 한 시간 1500명 이용해 혼잡 #관련법 개정 이전 승인돼, 설치의무 없어 #임종성 의원 "공공시설, 조속히 설치해야"

그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역사가 지상의 외부에 노출돼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방화라도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로 덧붙였다.

인천지하철 1호선 계양역과 귤현역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경기 광주을)이 인천교통공사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 결과다.

지하철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기다리고 있는 전동차들. [사진 인천교통공사]

지하철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기다리고 있는 전동차들. [사진 인천교통공사]

23일 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계양역에는 옥내소화전과 화재경보·열감지기 등은 설치돼 있지만, 스프링클러는 단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다. 현행 소방시설법상 수용 인원이 500명 이상인 시설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계양역의 현재 수용 가능 인원은 1318명으로 규정의 3배 가까이나 된다고 임 의원 측은 설명했다.

특히 계양역은 혼잡 역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만 173만 명이 이용했다. 출퇴근 시간대 이용객은 시간당 1500명이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환승한 이용객만을 계산했을 때다. 환승 없이 계양역만 이용하는 승객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시는 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난 9월 10억원을 들여 환승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인근 귤현역은 더욱 심각하다. 스프링클러는 물론 옥내소화전 마저 없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시 소화기를 들고 초기 진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귤현역은 지난해 70만명이 이용했다.

결국 방화 등 화재가 발생해 경보 등이 울릴 경우 직원이나 시민들이 뛰어가 옥내소화전(또는 소화기)을 찾아 화재 진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직원이 늦게 인지하거나 옥내소화전 위치를 잘 모르는 시민들이 나설 경우 자칫 화재진압의 골든타임인 5분 이내를 넘길 수도 있다”며 “역사가 외부에 노출된 지상역이지만 초기 진압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6월 영국의 한 노후 아파트 화재와 2015년 경기도 의정부 빌라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은 스프링클러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인천시청 모습.  [사진 인천시]

인천시청 모습. [사진 인천시]

반면 인천지하철 계양역과 환승역인 공항철도 계양역사와 인천지하철 2호선(지상역 포함) 전 역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유독 계양역과 귤현역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이유는 소방시설법이 2004년 개정됐기 때문이다. 계양역과 귤현역은 이보다 앞선 2003년 실시계획승인을 받아 관련법에 따라 설치의무가 없었던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신축이나 증축 시에만 설치토록 하고 있다.

임종성 의원은 “인천지하철이 2007년 완공돼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있었음에도 승인시점이 법 개정 이전이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스프링클러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며 “법을 떠나 공공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스프링클러를 조속히 설치해 시민들의 안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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