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기다림' 끝 우승한 지은희...한국 선수 LPGA 한 시즌 15승 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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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은희. [EPA=연합뉴스]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은희. [EPA=연합뉴스]

22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장. 스윙잉 스커츠 대만 챔피언십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한 지은희(31·한화)가 환하게 웃어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대회에서 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대회 1라운드부터 선두로 올라선 지은희는 마치 미라마르 골프장의 지배자 같았다. 대회 기간 동안 미라마르 골프장엔 강풍이 몰아쳤다. 그런데도 그는 이번 대회 유일하게 내내 언더파를 쳤다. 4라운드에서도 그는 보기 없이 버디 7개로 7타를 더 줄였다. 합계 17언더파로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11언더파)에 6타  앞선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던 그는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으려는 듯 '무결점 플레이'로 대회 내내 선두를 지키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지은희는 2009년 LPGA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차세대 한국 여자 골프를 이끌 간판 선수로 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클럽을 잡은 그는 수상스키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아버지 지영기 씨를 따라 북한강에서 공을 치고 연습했던 유명한 일화도 갖고 있다. 그러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지은희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2010년에 스윙 교정을 했다가 잘 맞지 않자 원래 폼대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 지은희는 스스로 "실타래처럼 엉켰다. 우승을 하지 못해 자신감을 잃어갔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도 지난 4월 텍사스 슛아웃(5위)과 지난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공동 10위)에서만 톱10에 두 차례 이름을 올린 게 전부였다.

그러나 지은희는 이번 대회 내내 선두를 지키고 우승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은희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15개 대회 우승을 합작했다. 지난 2015 시즌에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같다. 앞으로 남은 LPGA 4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한 차례만 더 우승해도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한다.

최종 라운드에서 7타를 줄인 리디아 고는 지난달 7일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이후 한달여 만에 또한번 준우승했다. 세계 1위 유소연(메디힐)은 최종 라운드에서만 7타를 줄이고, 7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세계 2위 박성현(하나금융그룹)이 공동 42위(8오버파)로 대회를 마쳐 올해의 선수 타이틀 경쟁을 하는 둘 사이의 차이도 벌어지게 됐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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