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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운하 “검찰의 적폐청산 칼춤에 수사권 개혁 골든타임 놓칠까 걱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울산경찰청]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울산경찰청]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 일시적으로 (문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검찰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검찰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수사권이라는 ‘칼’을 휘두르면 국민은 통쾌하다. 하지만 그걸로 얻은 게 뭔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밝혀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에 쓴소리 #“경찰 신뢰 만족 수준 안 돼” 인정도

경찰 조직의 대표적 ‘수사권 독립 론자’인 황운하(55·경찰대 1기)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검찰에 끌려가는 듯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속도와 의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1년 내내 재벌을 수사해도 재벌이 투명해졌느냐”고 반문하면서 “지난해 촛불집회 때 적폐청산 1호가 검찰이었는데 검찰의 영향력만 세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검찰의 권력을 분산·축소·폐지해야 하는데 검찰의 칼춤(전면적 수사)에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8월에 부임한 황 청장은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휘두르면 권력 남용과 부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 개혁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 수사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것으로 (당시 노무현 정부가) 착각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이 또 하나의 독자적 정치 집단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검찰의 수사 부서, 기능과 인력을 조정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 수사 사건 10건 중 5건은 과잉 수사”라며 “나머지 5건 중 고위공직자 권력형 부패는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기업 부패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식으로 수사권을 다원화하면 어떤 기관도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이 모두 경찰로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영국의 독립경찰민원조사위원회(IPCC) 같은 민간 통제 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청장은 최근 논란이 된 경찰의 부실 수사, 부정부패 등에 대해 “한국 경찰의 공정성·신뢰성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경찰이 비난받는 것과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별개라며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수사권 조정을) 기다리라는 건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위 진압 와중에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 외인사로 바뀌고 관련 경찰이 기소된 것에 대해서도 황 청장은 “경찰이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후 검찰 개혁에 대해 “11월 정기국회부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로드맵이 나올 내년 2~3월까지 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수사권 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단장을 맡아 ‘수사권 독립’ 목소리를 냈던 황 청장은 지난 8월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울산경찰청장에 취임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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