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넓어진 이코노미석 … 좌석 앞뒤 거리가 거의 1m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델타항공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프리미엄 셀렉트’석. 이코노미석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좌석 앞뒤 거리가 97㎝에 달한다. [사진 델타항공]

델타항공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프리미엄 셀렉트’석. 이코노미석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좌석 앞뒤 거리가 97㎝에 달한다. [사진 델타항공]

너무 편한 ‘퍼스트클래스’와 너무 불편한 ‘이코노미’. 양극화됐던 비행기 여행 시대가 저물고 있다.

호텔·IT 서비스 도입한 델타항공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한 ‘스위트’ #키 187㎝ 남성 편안히 누울 수 있어 #‘생체인증시스템’ 도입해 보안 강화 #기내서 와이파이 맘껏 이용 가능

미국 델타항공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공항에 세계 65개 미디어를 초청해 새로운 여객기와 서비스를 공개했다. 델타가 낙점한 차세대 항공기는 유럽 에어버스사의 A350-900이다. 에너지 효율이 기존 모델보다 20% 향상돼, 한번 주유로 뉴욕과 런던을 왕복 운항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건 기종의 특성과 결합한 델타의 과감한 ‘서비스 실험’이다.

이날 오후 약 2시간 동안 A350-900를 직접 타고 비행해 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좌석이다. 전체 306석 중에 1등석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비즈니스석을 업그레이드한 ‘델타 원 스위트(Suite)’ 32석과 이코노미석을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셀렉트’ 48석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스위트는 호텔 객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 ‘투숙객’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좌석에는 미닫이문이 달려 복도와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다. 문에는 ‘방해하지 말라’는 표시등도 달렸다.

좌석은 180도로 펴진다. 키가 187㎝라는 한 외국 남성은 “누워보니 살짝 발끝이 닿는 느낌이 있지만, 발아래 공간이 있어 완전히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좌석 곳곳에 공간이 많아 따로 식사용 테이블을 펴지 않아도 물잔이나 책, 각종 소지품 등을 둘 수 있다. 1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업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프리미엄 셀렉트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넓은 이코노미석’이다. 좌석 앞뒤 거리가 97㎝나 되고 발 받침대도 있다. 머리받침이 좌우로 굽혀지고 상하로 움직여 목배게가 따로 필요없을 것 같았다. 델타는 일반석과 프리미엄 셀렉트 간 가격 차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델타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정보기술(IT) 서비스다. 비행 중에도 기내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2.87 Mbps, 업로드 속도는 0.94 Mbps로 꽤 빨랐다. 수속 과정에 ‘생체인증시스템’도 도입했다. 여기에는 지문과 안면인식 기술 등이 사용됐는데 미국 교통안전청(TSA) 등과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을 협업하고 있다.

생체인증시스템을 통해 셀프 체크인은 물론 직접 수하물을 부칠 수 있는 ‘셀프수화물 위탁 서비스’를 시범 운영중이다. 에드 배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IT 등 새로운 시스템에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했다”며 “90년(1928년 설립) 델타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라고 강조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전 세계적으로 여행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극소수를 위한 초고가의 좌석이나 틀에 박힌 서비스를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것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최근 대형 항공사들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노선과 수익을 공유하며 LCC가 따라오기 힘든 장거리 및 환승 노선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한항공-델타 조인트벤처도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델타가 취항하는 미주 내 290여개 도시와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아시아 내 80여개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에드 배스티안 CEO는 “지금까지 델타의 허브였던 일본은 점점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며 “인천이 델타의 허브공항으로서 ‘기회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애틀랜타(미국)=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