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력있는 여성에 수혈받은 男, 3년 내 사망률 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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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환자가 임신 전력이 있는 여성의 혈액을 수혈받을 경우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서 3만여명, 수혈 6만건 가량 연구한 결과 #임신 전력 있는 여성의 혈액 수혈 받은 남성의 3년 내 사망률 17% #'임신 전력 無' 여성 혈액 수혈시 사망률보다 4%p 높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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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메디컬센터 루테르 미델뷔르흐 박사 연구팀은 남성, 임신 전력이 없는 여성, 임신 전력이 있는 여성 등 3만 1118명의 환자가 받은 5만 9320건의 수혈 케이스에 대한 조사 결과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의사협회 저널 최신호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 결과, 임신 경력이 있는 여성의 혈액을 수혈받은 남성은 임신한 적이 없는 여성이나 다른 남성의 혈액을 수혈받았을 경우보다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 전력이 있는 여성의 혈액을 한 차례 수혈받은 남성 환자의 3년 내 사망률은 17%로 조사됐다. 임신 전력이 없는 여성의 혈액을 수혈받은 경우의 13.1%, 다른 남성의 혈액을 수혈받은 경우의 13.5% 대비 4%p 높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수혈 후 사망 위험 증가가 18~50세의 남성에게만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50세 이상의 남성이나 여성에게선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신 전력이 수혈시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못 했다.

미국의 일부 혈액센터의 경우, 실제 임신 전력이 있는 여성의 헌혈을 받지 않고 있다. 수혈 과정에서 급성 폐 손상(TRALI, Trnasfusion-related Acute Lung Incury)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TRALI는 보통 수혈 후 6시간 이내에 발생하는데, TRALI가 발생한 환자 중 5~25%가 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임신 기간 여성이 태아의 혈액에 노출됐을때, 모체에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항체의 반감기는 몇주 가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3년내 사망률' 등 1년 넘는 기간의 사망 위험 증가의 원인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를 이끈 미델뷔르흐 박사는 임신한 여성이 외부 물질을 견뎌내야 하는 만큼, 면역체계에 영구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신을 가능하게 하려면 많은 면역 통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면역 억제 중 일부는 임신이 끝난 후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 결과에 미 적십자사 의료실장인 매리 오닐 박사는 후속 연구를 통한 인과관계의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표준 헌혈지침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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