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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명 독립정신 오롯이 … 대구 신암선열공원, 국립묘지 승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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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암선열공원 전경. 독립운동 유공자 52명이 안치돼 있다. 국내 최대 독립 유공자 집단묘역이다. 최근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사진 대구시]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암선열공원 전경. 독립운동 유공자 52명이 안치돼 있다. 국내 최대 독립 유공자 집단묘역이다. 최근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사진 대구시]

국내 최대 독립운동 유공자 집단묘역인 대구 신암선열공원이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국내에선 7번째, 대구에선 첫 국립묘지다. 이곳엔 독립운동가 48명과 서훈을 받지 못한 유공자 4명 등 독립운동 유공자 52명이 잠들어 있다.

대구 첫 국립묘지 … 국내서 7번째 #임용상·박영진·배학보 등 잠들어 #대구·경북 저항정신 재조명 계기 #권영진 시장 “호국 도시 위상 갖춰” #내년 2월까지 묘역 정비 등 계획

오늘날 대구·경북(TK) 지역이 정치적으로 ‘보수 텃밭’이라고 불리며 기득권 세력의 거점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어느 지역보다 저항정신이 높았던 과거 야도(野都)의 면모가 다시 조명받은 셈이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 3만6800㎡ 규모로 갖춰진 신암선열공원은 지난 1955년 조성됐다. 당시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 유공자 묘를 이곳에 이전하면서다. 앞서 신암선열공원에선 86~87년 공원화 사업이 추진됐고 2011년에는 재정비 공사를 실시해 정문조형물·광장·묘역비·공적비 등을 설치했다.

신암선열공원 국립묘지 승격은 지난달 28일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뤄졌다. 이 법률안은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북갑)이 대표 발의했다. 신암선열공원은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 국립4·19민주묘지 등에 이어 7번째 국립묘지다. 하지만 묘역 내에 독립운동 유공자만 모여 있는 전용 국립묘지는 신암선열공원이 유일하다.

정태옥 의원은 “전국에서 7번째 국립묘지이자 독립운동 관련 특화 국립묘지 1호가 대구에 탄생한 만큼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로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신암선열공원에 안장된 독립지사엔 경북 청송 출신의 임용상(1877~1958) 의병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1905년 11월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경북 영덕에서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 주둔지역을 습격했다.

경북 고령 출신인 박영진(1921~50) 독립운동가는 인도와 미얀마(버마) 등지에서 광복군 공작대원으로 활동했다. 성주 출신 배학보(1920~92) 독립운동가는 비밀결사대 일원으로 연구회를 조직하고 기관지를 발행했다. 칠곡 출신 신재모(1885~1958) 운동가는 중국 상하이에서 폭탄을 가져와 일본인 수뇌 폭살을 계획했다.

대구 출신 송두환(1882~1964) 운동가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대구와 신의주에 비밀연락소를 세우고 군자금 모금에 힘쓰다 옥고를 치렀다. 대구의 김태련(1879~1943) 독립운동가는 3·1운동 대구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됐다. 그를 도와 만세운동에 나섰다가 숨진 아들 김용해(?~1919)도 함께 신암선열공원에 묻혀 있다. 이밖에도 신암선열공원에 잠든 독립운동 유공자들은 광복군 활동, 청년혁명단 조직, 학생운동, 임시정부 활동, 3·1운동, 의병 활동 등 다양한 독립운동을 펼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한민국 최대 독립유공자 집단묘역인 신암선열공원의 국립묘지 승격을 위한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호국보훈의 도시에 걸맞는 위상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대구시는 16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묘역 잔디를 전면 교체하고 휴게시설·보행로 정비, 화장실·관리사무실 리모델링 등을 내년 2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한편 국립묘지는 2006년 국립묘지법이 제정되면서 지정·관리되고 있다. 국립묘지법 제정 이후 11년 만에 대구 신암선열공원이 추가됐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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