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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빠’ 감독 대결, 현주엽이 이상민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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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현주엽(左), 이상민(右). [뉴스1]

현주엽(左), 이상민(右). [뉴스1]

유니폼 대신 정장을 차려 입고 만난 두 ‘원조 오빠’의 맞대결에서 ‘덩치 큰 오빠’가 이겼다. 프로농구 창원 LG의 신임 사령탑 현주엽(42) 감독이 절친한 선배 이상민(44) 서울 삼성 감독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LG, 프로농구 개막 2연승 기세 #김종규 덩크슛 2개 등 맹활약 #SK는 현대모비스 82-77로 꺾어

LG는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18시즌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삼성을 87-74로 꺾었다. 지난 14일 고양 오리온에 81-74로 승리한 데 이어 올 시즌 우승권 강호로 손꼽히는 삼성마저 잡고 시즌 초반 2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4일 안양 KGC인삼공사에 82-70으로 승리한 삼성은 안방에서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현주엽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LG 센터 김종규(26·2m6cm)가 승부처였던 4쿼터 초반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리딩 가드 김시래(28)와 덩크슛 두 개를 합작하며 팽팽하던 흐름을 LG 쪽으로 끌고 왔다. 8분 28초를 남기고 삼성의 빅맨 리카르도 라틀리프(28)를 따돌리고 화려한 슬램덩크를 꽂아넣은 그는 1분 뒤 또 한 번의 덩크슛으로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경기 내내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엎치락뒤치락하던 양 팀의 승부는 김종규의 활약 이후 연속 득점에 성공한 LG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김종규는 4쿼터 4득점을 포함해 13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LG의 외국인 선수 조쉬 파월(34)이 18득점 12리바운드로 제 몫을 다했고, 김시래와 정창영(29)이 각각 18점과 14점을 보탰다. 삼성은 라틀리프가 30득점 10리바운드로 맹활약했지만, 4쿼터 초반 연속 실점한 뒤 추격의 불씨를 되살리지 못했다.

‘승장’ 현 감독의 표정과 몸짓은 경기 내내 김종규의 활약 여부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집중 조련한 ‘수비수를 등지는 플레이’가 먹혀들 땐 활짝 웃다가도 실책이 나오면 두 눈을 부릅뜨고 인상을 썼다. 경기 중 김종규를 수시로 불러 작전을 전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 감독은 “김종규는 국내 선수로는 보기 드문 체격과 운동 능력을 겸비한 선수다. 한국 농구에 보배 같은 존재”라면서 “LG 감독을 맡은 이후 김종규가 지닌 잠재력을 일깨우고 싶어 공을 들였다. 아직까지 볼 처리가 미숙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출신 현주엽 감독과 연세대 출신 이상민 감독은 90년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스타 출신 지도자다. 학창시절과 프로팀에서는 치열한 라이벌로, 국가대표팀에서는 멋진 득점을 합작한 ‘환상의 콤비’로 명성을 떨치며 농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두 스타가 지도자로 변신한 뒤 이날 벌인 지략 대결은 90년대 농구의 추억을 간직한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현 감독은 “이상민 감독과는 현역 시절부터 워낙 친해 허물 없는 사이”라면서 “그래서 더 이기고 싶었다. 농구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SK는 울산 현대모비스를 82-77로 꺾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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