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 최선희 모스크바 온다는데 … 남북 국장급 당국자 접촉 이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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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AP]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AP]

정부가 북한 외무성 당국자가 참석하는 ‘2017 모스크바 비확산회의’(19~21일)에 외교부 국장급 당국자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당국 간에 첫 접촉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서 19일부터 비확산회의 #한국도 외교부 북핵담당 파견 검토 #성사 땐 문재인 정부 첫 당국 접촉

외교 소식통은 16일 “북한에서는 6자회담 차석대표이자 대미 협상 업무를 맡는 최선희(사진) 외무성 북미국장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몇 주 전에 밝혔고, 한국 외교부에서도 북핵 문제를 다루는 국장급 당국자가 참석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 등 변수는 있지만 최종 확정 절차만 남았다.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입장이라 사실상 참석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그간 북한이 계속 거부해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할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회의에서 남북 당국자들이 만난다면 하다못해 조우의 형식을 빌려서라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선 지난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북한 외무성 관계자와 신봉길 전 요르단 대사가 반관반민(半官半民·1.5트랙) 형식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정부 당국자들이 만나는 이른바 ‘트랙 1’ 접촉이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 8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주쳤지만 악수와 인사에 그쳤을 뿐이다.

모스크바 비확산회의는 러시아의 비정부 싱크탱크인 에너지·안보 연구 센터가 매년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다. 올 회의에는 40여 개국에서 2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센터 측은 밝혔다.

최선희 국장은 ‘동북아 안보 세션’과 ‘한반도 세션’에 참석하며,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 관계자 외에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가 한반도 세션에 참여한다. 미국에서는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외교가에선 최선희 국장이 이번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북한도 ‘북핵 빅딜’ 가능성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떠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최근 전에 없이 북핵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는 러시아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선희 국장은 지난달 말에도 러시아를 방문해 외무부 특임대사와 회담했다.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방미 중인 14일 “미국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시도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남북 당국자들이 만나더라도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 소식통은 “몇 달 사이 1.5트랙의 남북 접촉은 지속적으로 있었고, 가장 최근엔 북한 외무성 당국자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용호 외무상이 며칠 전 공개적으로 밝힌 것처럼 북한 측은 핵 완성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만큼 핵무기 협상은 절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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