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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난해 복지재정 최대 142억 중복지급…"부처간 정보 교류 개선해야"

중앙일보

입력

동주민센터 소속 사회복지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의 집을 방문해 복지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복지서비스 지원을 결정하는 각 지자체에서 복지사업의 부처간 중복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지원 대상의 수급 여부를 한 눈에 파악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동주민센터 소속 사회복지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의 집을 방문해 복지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복지서비스 지원을 결정하는 각 지자체에서 복지사업의 부처간 중복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기는 어렵다. 지원 대상의 수급 여부를 한 눈에 파악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정부 부처가 제공하는 장학금·생계지원수당 등 사회보장급여의 중복수급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유형의 복지 서비스를 겹치기로 지원받은 사례가 2016년 한 해에만 약 3만 건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낭비된 세금은 최대 142억원에 달한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 국정감사 자료 #중복 복지사업 사전차단 기능 약해 #62개 중복 사례 일일이 사후 확인해야 #2016년 중복수급 사례 3만 건 추정 #최대 142억 잘못 지급…모두 환수 대상 #"복지사업간 적극적 정보 공유 필요" #"세금낭비 막고 복지 사각지대 줄여야"

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부처는 다르지만 서비스 유형이 비슷한 경우 중복사업으로 분류한다. 교육부의 기초교육급여를 받는 사람이 복지부의 긴급복지교육지원을 또 받는다면 중복수급에 해당한다. 복지부의 노인일자리급여 서비스 이용자가 산림청의 공공산림가꾸기 사업에서 일자리를 또 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체 347개 복지 사업 중 중복사업은 85개가 있고 중복유형은 총 163종이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제9조 1항)에 따르면 정부는 사회보장급여 제공을 결정하기 전에 지원 대상자가 현재 받고 있는 사회보장급여와 보장 내용이 중복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한다.

'행복e음' 시스템은 복지부 사업을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중복사업 사전 조회·차단이 가능하다. 그 외 부처들은 각기 개별 시스템을 이용해 범정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도 중복사업을 걸러내기 어렵다. 복지급여를 일단 지급한 뒤 의심 사례를 추려 사후에 환수해야 한다. [자료=성일종 의원실]

'행복e음' 시스템은 복지부 사업을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중복사업 사전 조회·차단이 가능하다. 그 외 부처들은 각기 개별 시스템을 이용해 범정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도 중복사업을 걸러내기 어렵다. 복지급여를 일단 지급한 뒤 의심 사례를 추려 사후에 환수해야 한다. [자료=성일종 의원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시태안군)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중복수급 예방 기능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85개의 중복사업 중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중복지급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사업은 60개다. 나머지 25개(중복유형 62종)의 사업은 일단 지급을 했다가 확인을 거쳐 환수하는 방식으로 중복 관리를 한다. 각 부처간 사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정부의 복지사업 정보와 지원대상 자격정보, 수급 이력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복지부 사업을 관리하는 ‘행복e음’, 보훈처·교육부·국토부 등 타 부처 운영 사업을 관리하는 ‘범정부’ 시스템으로 나뉜다. 전국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여기에 접속해 지원 대상의 소득과 재산 등을 확인한다. 보건복지부 사업은 ‘행복e음’으로 통합관리되어 중복수급 차단이 가능하지만 그 외 부처들은 시스템간에 정보 공유가 막혀 있다. 타 부처에서 지원 대상에게 어떤 급여를 제공하고 있는 지를 사전 조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의 운영 목적. [사진 사회보장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의 운영 목적. [사진 사회보장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사회보장정보원이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중복수급 방지를 위한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복수급 의심사례로 통보된 건수는 3만 80건이 있었다. 의심 통보 건의 수급액을 모두 합하면 142억원에 달했다. 2015년엔 94억원(2만 9247건), 2014년엔 59억원(1만 2536건)이 의심 통보 금액으로 집계됐다.

성일종 의원은 “수급 이후에 중복 여부를 확인하면 환수가 어렵고 실효성 떨어진다”며 “서비스 수급 자격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중복여부를 확인하는 사전차단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수급자를 상대로 사회보장급여를 ‘줬다 뺏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복지재정이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복지사업간 정보 공유가 원활해지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범부처정보지원부 황재윤 부장은 “각 부처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면 지원 대상이 어떤 급여를 받았고 무엇을 못 받고 있는 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중복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대상자가 자격이 되는데도 받지 않고 있는 복지 혜택을 통보해줄 수도 있다.

성일종 의원은 “사전 차단을 통해 중복지급을 해소함으로써 절감된 복지 예산과 행정력을 수급권자 발굴에 투입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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