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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공수처'에서 '노멀 공수처'로?…법무부 "규모·수사대상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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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정부 안을 15일 공개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가 지난달 18일 내놓은 권고안을 수정해 향후 국회 입법을 추진하게 될 정부의 최종안이다.

"국회 논의 과정서 수정·보완 가능" #권고안대로 수사·기소·공소유지권 #국회 견제 강화, 규모는 반으로 축소 #검사 범죄 수사 '직무 연관성'으로 축소 #처장·검사 임기 같아 '인사태풍' 우려

법무부 심재철 정책기획단장은 이날 “법무부 공수처 TF가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안과 각계 의견을 검토해 법무부 안을 마련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수용해 올해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안은 큰 틀에서 개혁위의 공수처 권고안을 수용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을 갖도록 했고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입법·행정·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적 부패수사기구로 설치토록 했다.

공수처장의 임명에 대해선 권고안보다 국회에 더 많은 견제 권한을 줬다. 국회에 설치된 처장 추천위원회(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추천 4인)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한 뒤 1명을 국회에서 선출한 뒤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권고안은 대통령이 국회 추천위의 추천 후보 2명 중 1명을 지명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방식이었다.

법무부 안의 공수처는 권고안보다 ^조직 규모 ^특별검사 임기 ^수사 대상자 ^수사 대상범죄 등도 축소됐다. 권고안은 특별검사(30~50명)와 수사관(50~70명) 등 최대 120여 명으로 공수처를 구성하자고 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각각 최대 25명과 30명으로 줄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고안은 '슈퍼 공수처'라는 평가가 있었다. 검찰의 특수부 인원(7명)을 고려해 3개 수사팀 규모가 적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돼있는 공수처 법안 중 가장 큰 규모는 특별검사 수를 '20명 이내'로 규정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이다. 특별 검사 임기는 6년(권고안)에서 3년으로 줄이되 3차례 연임할 수 있게 했다. 공수처장 임기(3년)와 같다.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한인섭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공수처’ 권고안을 발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법무부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한인섭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공수처’ 권고안을 발표하는 모습. [중앙포토]

수사 대상자인 고위공직자의 범위도 조정됐다. 중앙행정기관 등 고위공무원단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제한됐다. 권고안에서 규정한 ‘퇴직 후 3년 이내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도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판단에 따라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로 줄였다. 고위공직자의 ‘형제자매’도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금감원장 등 금감원 직원은 비공직자 성격이 강하고 현직 장성급 장교도 군사법원 관할에 놓여 있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사·경찰 고위직의 범죄행위는 권고안에선 ‘모든 범죄’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었다. 일반 고위공무원의 ‘직무상 범죄’보다 높은 수사 착수 기준을 둬서 수사기관의 일탈을 감시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법무부안에선 다른 고위 공무원들처럼 ‘직무 연관성 범죄’로 제한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가 저지른 교통사고 등까지 공수처가 맡다보면 중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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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혁위의 한 위원은 “이 안대로 법안이 통과돼 공수처가 신설된다면 공수처의 실질적인 수사 역량이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공수처장과 특별검사의 임기가 같아지면 3년마다 정부나 국회의 입김에 따라 인사태풍을 피할 수 없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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