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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에 등장한 성매매 유리방 그대로 살린 예술 전시관

중앙일보

입력

대구 중구 자갈마당 한가운데 들어선 아트스페이스. [사진 대구 중구]

대구 중구 자갈마당 한가운데 들어선 아트스페이스. [사진 대구 중구]

대구의 홍등가,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중구 도원동 일대)'에 예술 전시공간이 들어선다. 자갈마당 한가운데, 예전 성매매 영업이 이뤄졌던 실제 건물을 손질해서다. 성매매 집결지에 그것도 성매매 영업 건물을 개조해 예술 전시공간으로 꾸민 것은 국내 첫 사례다.

위치도/자갈마당

위치도/자갈마당

(재)대구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은 오는 18일 지상 3층, 441.78㎡ 규모의 예술 전시공간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를 개관한다고 15일 밝혔다. 아트스페이스는 과거 성매매 영업이 이뤄진 장소라는 것을 그대로 드러낸다. 건물 1층 성매매 여성들이 서 있던 유리방, 성매매가 이뤄진 3층의 크고 작은 방들을 보존한 상태로 각종 작품을 전시한다. 아트스페이스는 자갈마당 내 성매매 영업이 중단된 건물을 중구청이 골라 임대한 것이다.

집창촌인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선미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호객하는 모습. [사진 전주시]

집창촌인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선미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호객하는 모습. [사진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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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은  '기억정원 자갈마당'이다. 18일부터 내년 3월 18일까지 열린다. 8명의 작가(김구림·김영진·김승영·배종헌·이기칠·이명미·임창민·정혜련씨)가 참여해 회화, 조각 작품 등을 선보인다. 중구청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에 만든 예술 전시공간이 성매매 집결지의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거점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대구시 중구 도원동 집창촌 속칭 ‘자갈마당’ 종사자들이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예고한 골목 출입구 폐쇄회로TV(CCTV) 설치에 반대해 인근 아파트 건설현장까지 행진하며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중구 도원동 집창촌 속칭 ‘자갈마당’ 종사자들이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예고한 골목 출입구 폐쇄회로TV(CCTV) 설치에 반대해 인근 아파트 건설현장까지 행진하며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자갈마당은 1만4000여㎡ 규모에 현재도 30여 개 업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0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자갈마당에서 생활한다고 전해졌다. 대구시 등 자치단체는 자갈마당 완전 폐쇄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달 말 자갈마당 인근에 1245세대 대단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다. 이에 대구시 등은 자갈마당 출입구 5곳에 폐쇄회로TV(CCTV)와 발광다이오드(LED) 경고등을 설치해 '고사(枯死)' 작전을 펴고 있다. 생계 문제를 앞세운 자갈마당 업주와 건물주가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거세다.

대구 중구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한가운데 #예술 전시공간 '아트스페이스' 18일 개관 #성매매 건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1층 유리방, 3층 작은 방들도 그대로

자갈마당은 1900년대 초 당시 대구에 온 일본인들이 일본식 유곽을 조성한 것이 시초다. 1946년 공창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꾸준히 영업을 해오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제정된 뒤부터 조금씩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폐쇄 조치 중인 자갈마당처럼 전국의 홍등가는 하나둘 불이 꺼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30곳이 넘던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해 20여 곳으로 줄었다. 홍등가가 있던 자리는 문화예술촌 등으로 바뀌었다. 경기도 파주 ‘20포 마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파주시는 이곳에 있던 성매매 업소를 폐쇄했다. 그러곤 전통등(燈) 거리, 즉 문화예술촌으로 꾸몄다.

부산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로 꼽히는 범전동 300번지 일대 역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주거지역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완월동도 지난해부터 폐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북 전주시의 선미촌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5년부터 전주시가 성매매 업소 건물을 하나씩 사들여 재생 사업을 벌이면서다. 서울 용산역 앞은 2010년 이미 재개발돼 성매매 업소가 사실상 사라졌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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