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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나무 없는데 숲 있다고 한다" vs 특검팀, "부정 청탁 근거 많다"

중앙일보

입력

1심 선고 이후 48일 만에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은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양측은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이유를 중심으로, ‘부정 청탁’ 여부와 ‘안종범·김영한 수첩’ 증거능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진술조서 증거능력을 다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첫 공판 #부정청탁, 안종범 수첩 두고 검찰·변호인 설전

◇“1심은 나무는 없는데 숲이 있다고 한 것”=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 심리로 12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들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프레젠테이션(PT) 형태로 항소심 쟁점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앞서 재판부는 10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에 쟁점 PT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의 중요 쟁점은 ‘부정 청탁’ 여부였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낸 혐의(제3자뇌물수수)에 대한 핵심 쟁점이다. 2014~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변호인 측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기 위해선 교섭을 한 상황,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대화 내용, 박 전 대통령이 독대 당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며 “1심 판결에선 이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팀은 청탁의 대상은 물론 청탁의 시점도 특정 못한다”며 “원심에선 나무는 없는데 숲이 있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2015년 7월25일 면담에서 사용된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경영권 승계, 삼성 합병 관련 엘리엇 대응방안, 삼성서울병원 관련 메르스 등 현안이 정리돼 있었다”며 “‘기업 이해도가 높은 이번 정부에서 경영권 승계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는 표현도 있는데 이는 부정 청탁의 증거”라고 맞받았다.

◇‘안종범 수첩’ 항소심에서도 뜨거운 감자 = 1심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수첩에 대해 내용의 ‘진위와 상관없이 안 전 수석이 해당 메모를 한 것’ 정도만 인정해 간접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판결문에는 이 수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근거로 기재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1심에서 해당 수첩을 사실상 직접 증거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원심은 안 전 수석의 진술 등과 결합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화에 대한 증거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은 단독 면담 자리에 없었고 나중에 박 전 대통령에게 들은 말을 수첩에 받아적은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선 원진술자(박 전 대통령)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1심은 이 수첩 뿐 아니라 안 전 수석과 다른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 각종 증거를 모두 종합해 유죄 판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간접사실을 인정하는 데 전문법칙(경험자가 타인의 진술 등을 빌어 법원에 낸 전문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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