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제품에 '동해' 단독 표기한 세계 3대 지구본 회사

중앙일보

입력

오는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자사 제품에 정확하게 '동해'를 표기한 이탈리아 지구본 제작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조폴리 지오그래피카 지구본. [사진 중앙포토, SBS 방송화면]

조폴리 지오그래피카 지구본. [사진 중앙포토, SBS 방송화면]

2012년 KBS1 다큐멘터리 '특별 작전명 동해를 구출하라'에서는 동해와 일본해 표기에 관한 논쟁을 다뤘다.

방송에서 소개된 세계 3대 지구본 제작사인 '조폴리 지오그래피카'는 모든 지구본에 '동해'를 'East Sea(동해)'라고 표기하고 있다. 방송 당시만 해도 시중의 지도 70% 이상이 동해를 'Sea of Japan(일본해)'라고 표기되고 있었다.

[사진 KBS 방송화면]

[사진 KBS 방송화면]

조폴리 지오그래피카는 1960년대부터 고지도와 역사서를 조사해왔다. 그리고 제작회사의 자체검증결과 2차 세계대전 이전 서양 지도 대부분이 '동해'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돼 2011년부터 지구본에 '일본해' 대신 '동해'로 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폴리 지오그래피카 사장인 탐이스 조폴리는 "우리는 지금까지 만든 지도에 역사적으로 잘못된 사실들을 발견했다. 특별히 고용한 지도전문가와 지명학자들이 400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지도를 조사한 결과 '동해'가 맞는 표기임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고 5년이 흘렀다. 세계 바다의 이름을 정하는 IHO(국제수로기구)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외교부는 지속해서 '동해' 병기를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한국은 동해 단독 표기를 원칙으로 하면서 '일본해' 표기를 고수하는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동해, 일본해를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일본해 단독 표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The Stack' 사이트에서 수정한 '동해' 단독표기. 한국인 고등학생이 지속해서 사이트에 이메일을 보내 이뤄낸 성과다. [중앙포토]

영국 'The Stack' 사이트에서 수정한 '동해' 단독표기. 한국인 고등학생이 지속해서 사이트에 이메일을 보내 이뤄낸 성과다. [중앙포토]

심지어 2012년 열린 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 관련 한일 양국의 지루한 힘겨루기에 회원국들은 '더는 추가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IHO는 모나코에서 개최한 총회를 마무리하며 국제수로기구의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3판 개정 문제를 비공식 협의체에서 3년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S-23은 1954년 마지막 개정(3판) 이후 64년이 지나도록 개정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월드팩트북'(국가정보보고서) 한국편 지도. 일본편 지도에는 독도의 미국식 표기인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가 표기됐으나 한국편에는 삭제돼 있다. 리앙쿠르 표기가 한국편 지도에 빠진 게 CIA의 실수인지 의도적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IA는 한국편과 일본편 지도에 동해의 명칭을 이전과 같이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다. [사진 CIA홈페이지 캡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월드팩트북'(국가정보보고서) 한국편 지도. 일본편 지도에는 독도의 미국식 표기인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가 표기됐으나 한국편에는 삭제돼 있다. 리앙쿠르 표기가 한국편 지도에 빠진 게 CIA의 실수인지 의도적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IA는 한국편과 일본편 지도에 동해의 명칭을 이전과 같이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다. [사진 CIA홈페이지 캡처]

전자해도가 널리 쓰이며 S-23은 사실상 사문화한 표준이다. 다른 회원국들은 개정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지만 지도의 가이드라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한일 양국은 5년마다 동해 표기를 놓고 외교전을 벌여왔다.

지난 4월 총회에서 한국은 동해 표기는 언급하지 않고 64년간 현실과 괴리가 커진 S-23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정 노력이 중단되면 S-23은 사실상 폐기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회원국들을 설득했다.

일본측은 S-23이 반세기 넘게 방치됐던 만큼 개정 논의를 거부하기에는 명분이 없어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수석대표로 총회에 참석했던 박철주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은 "비공식 협의에서 동해 병기 방안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IHO 사무총장은 비공식 협의체 구성이 S-23 개정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이에 S-23의 개정·폐기 문제는 2020년 다시 가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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