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비신부 죽인 군인 살해한 30대, 2년 만에 ‘정당방위’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와 예비신부를 죽인 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30대 남성이 사건 발생 2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중앙 포토]

[중앙 포토]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김효붕 부장검사)는 살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양모(38)씨에 대해 '죄가 안됨'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양씨가 군인 장모씨(20)를 살해하긴 했지만 양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살인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장씨에 의해 예비신부가 살해당한 상황에서 양씨의 범행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장씨는 2015년 9월 24일 오전 5시 28분쯤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침입해 주방에 있던 흉기를 사용해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양씨의 예비신부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맞은편 방에서 잠을 자다 비명에 놀라 나오려던 양씨와 몸싸움을 벌였고 양씨의 칼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양씨가 흉기로 찌르는 행위 외에 당장 닥친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사회 통념상 인정된다며 정당방위로 판단했다.

검찰 역시 2년 동안 신중한 검토를 한 끝에 양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하며 위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2년 넘게 수사 결론을 내리지 않는 사이 사실상 피해자였던 양씨는 ‘살인자’라는 시선을 받으며 생계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매체는 전했다. 사건 당시 언론과 각종 TV 프로그램은 양씨가 군인 장씨와 예비신부를 살해했다는 듯한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고, 양씨는 지인들과 연락을 끊은 채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을 법률적으로 처벌 안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뿐 아니라 외국 사례까지 검토하고, 국민의 법 정서가 변화한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