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자살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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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터넷에 올린 한 통의 유서가 자살하려던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26일 르 피가로지에 따르면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소도시 보슈에 사는 40대 독신녀 크리스틴은 지난 23일 가끔 들렀던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오랜 고독에 지친 몸과 마음으로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을 잃은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세상 사람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띄우기로 마음먹었다. 크리스틴은 얼굴도 모르는 네티즌들이 읽게 될 편지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 뒤 잠시 후 약을 먹고 세상을 하직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녀의 글이 게시판에 오름과 거의 동시에 그녀의 집에서 수백㎞ 떨어진 파리 근교의 한 청년이 우연히 그 편지를 읽었다.

글의 내용이 워낙 애절하고 충격적이어서 청년은 자살 예고가 결코 농담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는 곧바로 지역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소방요원들은 다시 루아르의 소방서에 연락했고 컴퓨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 글을 올린 장소를 추적, 크리스틴의 거주지를 알아냈다.

15분 뒤 보슈의 긴급구조요원들이 그녀의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크리스틴은 약을 삼키고 의식을 잃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조치를 받은 크리스틴은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녀를 구조한 한 소방요원은 "인터넷 덕분에 한 생명을 구하는 게 가능했지만 그 같은 우연은 인터넷 시대에도 결코 자주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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