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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울산 북구도 안심 못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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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노인 비율 전국 최저 울산 북구

극과 극 … ‘고령사회’ 대한민국

청·장년 유입 활발, 65세 이상 6.9% #일자리 많고 도시개발 이어진 덕분 #지역 노동인력 급속 고령화 문제로

울산 북구에 있는 860개 기업에서 4만7000여 명이 일한다. 현대 차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울산 북구에 있는 860개 기업에서 4만7000여 명이 일한다. 현대 차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725만 7288명이었다. 전체인구(5175만3820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처음 14%를 넘어섰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유엔 기준으로 ‘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이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전국 기준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기초자치단체에 따라 고령화의 속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65세 이상 인구가 가장 높아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간 전남 고흥군(38.1%)과 고령화사회에 진입을 앞둔 울산광역시 북구(6.9%)의 현재 모습을 비교해봤다.

“자, 손들고 차례로 가볼까요.” 최근 찾은 울산 북구 농소3동 쌍용아진그린타운4차 아파트 앞. 네댓살 아이들이 인솔 교사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양쪽으로 아파트가 늘어선 길에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장난치며 뛰어다녔다. 노란 학원 차가 여러 대 눈에 띄었다. 길에서 노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울산 북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6.9%다. 농소3동은 북구에서도 최저치(5.1%)인 가장 ‘젊은 동네’다. 논밭이었던 이곳에 1994년 쌍용아진아파트를 시작으로 코아루·달천아이파크 등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됐다.

K공인중개사 오모(49) 실장은 “걸어서 10~15분 거리에 학교가 9개 정도 있는 데다 유흥시설이 없어 초등생 자녀를 둔 30·40대가 많이 산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북구 전체 세대의 73%가 아파트에 사는데 아무래도 젊은 층이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 관계자는 “경로당이 비어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청은 20년에 걸친 각종 도시개발사업으로 인구 유입이 활발한 것을 젊은 동네의 비결로 꼽았다. 다른 지역보다 땅값이 싸 짓고 있거나 건설 예정인 아파트 단지도 30개다.

울산 북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울산 북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기업체가 많은 것도 젊은 층을 불러모으는 요인이다. 농소3동 B상가 주인 한모(50)씨는 “타 지역에서 현대자동차나 관련 기업에 일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북구 양정동 역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5.9%로 최저 수준이다. 북구에는 현대차 공장을 비롯해 860여 개 기업에서 4만7000여 명이 일한다. 현대차 공장 정문 건너편 주택가는 이들을 겨냥한 원룸촌으로 바뀌고 있다.

북구를 포함한 울산 전체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9.8%로 전국 시·도 가운데 세종(9.7%)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울산시는 현대차·현대중공업·석유화학단지 등에서 일하는 인력이 많은 것을 이유로 분석했다.

하지만 노동인력이 점점 고령화하고 있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울산 지역 취업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1998년 20~40대에서 2014년 30~50대로 높아졌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 2012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울산은 2023년 고령사회, 2029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전망이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기까지 기간이 17년으로 서울·대구 21년, 부산 20년보다 짧아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울산시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3D프린팅, 지놈(유전체) 기반 바이오의료 등 신성장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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