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제목을 '멀리 가지 마'라고 할 걸 그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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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김훈 작가가 본 영화 '남한산성'

소설가 김훈 / 사진=중앙포토

소설가 김훈 / 사진=중앙포토

 [매거진M] 9월 27일 저녁, 김훈 작가가 영화를 본 관객과 마주했다. 원작자로서 소설 속에 감춰 놓은 것을 속속들이 끄집어낸 황 감독의 솜씨에 찬사를 보낸 그의 말을 정리했다.

최명길의 등장 

'남한산성'

'남한산성'

“지평선을 가득 메운 청나라 기마병 앞에 조선 선비 최명길이 나선다. 그의 갓에 구름 같은 무늬가 보이고, 그 무늬 너머 청나라 기병대의 모습이 펼쳐진다. 조선 선비의 갓과 청나라 군대의 폭력을 조용히 대비시키는 이 장면은 내 소설에 없지만, (소설을 관통하는) 뜨거운 냉엄함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너무 멀리 가지 마라 

'남한산성'

'남한산성'

“맨 마지막 장면, 연 날리러 가는 나루에게 날쇠가 하는 말이다. 정말 아름답고 위대한 대사다. 김상헌과 최명길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논쟁, 거대 담론보다 훨씬 단순하고 소박하고 생활적인, 인간의 희망과 사랑과 미래가 들어 있는 문장이다. 난 소설에 그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쓰지 못했다. 순간, 소설 제목을 ‘남한산성’ 대신 ‘멀리 가지 마’라고 할 걸, 생각했을 정도다.”

후비고 뒤지기 

'남한산성'

'남한산성'

“황 감독이 소설에 없는 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있고, 내가 소설에 애써 감춰 놓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을 뒤져다가 내세운 부분이 있다. 내가 들킬까 봐 감추고 독자들 스스로 알게끔 하려고 쓰지 않은 것들을 용케도 잘 후벼 내서 그대로 그려 놨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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