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이상 북한과 관계 단절ㆍ축소 이뤘다”…WSJ, 틸러슨 외교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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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옵션’의 당위성에 대한 발언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외교적 해법’을 추진해 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지난 1년여 동안 20개국 이상이 북한과의 외교 또는 경제관계를 단절 또는 축소했다”면서 미 국무부의 관련 국가들에 대한 압력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대북 문제 갈등설 불거진 가운데 틸러슨 칭찬 # “독일같은 대국부터 피지같은 작은 국가까지 전방위 압박” # 트럼프는 군사적 옵션 강도 높이며 “틸러슨 더 강경해져야” # #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이야기하고 있는 틸러슨 국무장관. [연합뉴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이야기하고 있는 틸러슨 국무장관. [연합뉴스]

현재 멕시코, 페루, 스페인, 쿠웨이트 등이 자국 주재 북한 대사의 출국을 명령했으며 이탈리아도 지난 1일 같은 조치를 내렸다.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자국 주재 북한 노동자들의 규모도 축소하기로 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 외교관들은 독일과 같은 경제대국부터 피지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끊거나 축소하도록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독일 정부를 상대로는 북한이 베를린에서 운영하고 있는 호스텔을 폐쇄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으며, 피지 정부에게는 북한 선박 12척이 허가없이 피지 국기를 내걸고 운항하고 있는데 대해 유엔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WSJ는 대북 압력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캠페인이 틸러슨 장관아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대북 외교정책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은 타국 외교장관들과 만나기 전 국무부 직원들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상대국에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출하도록 요청하곤 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최근 수 개월간 양자회담을 가질 때마다 상대국에 북한과 관련한 요구사항들을 전하고 그 결과도 매주 직접 체크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리들은 북한 외교 공관들은 물론 북한 상선 및 해외 파견 노동자 현황, 군사 관계 등을 파악해놓고 있다. 또 폐쇄시킬 조직들을 적시해놓은 리스트도 마련해놓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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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보도는 대북 정책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불화설이 커진 가운데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중국방문을 끝낸 틸러슨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2, 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고 발언하자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면박을 줬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발언 직후 “(틸러슨이) 얼마나 더 장관직을 수행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틸러슨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벌써 수개월간 악화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이란 문제 등에서 미국의 전통적 외교 접근법을 추구하는 데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사퇴설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부인하는 성명을 읽고 있다. [사진=미 국무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사퇴설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부인하는 성명을 읽고 있다. [사진=미 국무부]

지난 5일에는 NBC뉴스가 틸러슨 장관이 지난 7월 국방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불렀으며,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 측 보도 즉각 보도를 부인했지만 두 사람의 갈등설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틸러슨 장관에 대해 “난 그가 조금 더 강경해졌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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