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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배터리형 '몰카'도…여자친구 '몰카' 촬영자 등 검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경, 시계, 보조배터리 등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 서울경찰청]

안경, 시계, 보조배터리 등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 서울경찰청]

'몰래카메라' 범죄에 쓰이는 불법 위장형 카메라 8억여원어치를 들여야 유통한 수입업자와 이들에게서 카메라를 구입해 모텔과 자택 등에서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합법적인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위장형 카메라를 유통한 혐의(전파법 위반 등)로 수입업자 홍모(4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안경, 시계 등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경찰청 제공 영상 캡쳐]

안경, 시계 등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경찰청 제공 영상 캡쳐]

이들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위장형 카메라 3568점을 중국에서 밀수한 뒤 구매대행판매로 위장해 7억 9000만원어치를 불법 유통한 혐의다. 안경이나 보조배터리, 시계 등으로 위장한 몰래 카메라를 판매하려면 전파법상 ‘적합인증’을 받아야 한다. 카메라에 쓰이는 배터리는 별도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안전확인’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인증절차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비용을 내야한다. 이들은 판매단가를 낮추기 위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계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 빨간 부분이 카메라 렌즈다. 사진은 위 사건과는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시계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 빨간 부분이 카메라 렌즈다. 사진은 위 사건과는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이들이 판매한 위장형 카메라의 가격은 15만원 안팎으로 시중가 보다 50%가량 저렴했다. 카메라 위치도 교묘했다. 안경으로 위장한 카메라의 경우, 안경 테 바깥쪽의 모서리 부분에 카메라가 달린 경우가 대다수 였다. 탁상시계는 전자제품의 경우 시계 액정, 아날로그는 숫자 등이 써있는 안쪽에 카메라가 달렸다.

경찰은 "손목시계의 경우 시계 프레임 방향이 하늘이 아니라 침실이나 벽쪽이라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장형 카메라가 내장된 위치. [중앙포토]

위장형 카메라가 내장된 위치. [중앙포토]

제보를 받고 홍씨 등의 범죄행위를 인지한 경찰은 압수수색한 홍씨의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성관계 동영상을 발견했다. 수사 결과 영상은 홍씨에게 위장형 카메라 수리를 맡긴 고객들이 촬영한 것들이었다. 홍씨는 "위장형 카메라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파일이 손상되거나 지워질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모든 파일을 노트북에 백업한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노트북에서 발견된 영상의 주인공과 홍씨의 고객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몰카' 범죄를 저지른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4명을 붙잡아 동종전과가 있는 2명을 구속했다.

위장형 카메라가 내장된 위치. [중앙포토]

위장형 카메라가 내장된 위치. [중앙포토]

박모(36ㆍ구속)씨는 인천과 경기 평택의 모텔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모텔 객실에 탁상시계형 위장 카메라를 설치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투숙객 50쌍을 몰래 촬영했다. 이모(34ㆍ구속)씨는 대구 일대의 클럽에서 만난 여성 12명과의 60여 차례 성관계하면서 손가방형 위장카메라로 몰래 촬영했다.

김모(38)씨는 자신의 집에서 지난 7월부터 2개월 간 여자친구 등 2명과의 성관계 장면을 손목시계형 위장카메라로 촬영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여자친구 이외의 여성은 '썸을 타는 여성'이라고 진술했고, 조사과정에서 '몰카'와 '썸녀'의 존재를 알게 된 여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았다.

조모(38)씨는 지난 4월부터 5개월동안 30회에 걸쳐 성매매업소에서 유사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손목시계형 위장카메라로 촬영했다.

샤워기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도 등장했다. 한 눈에 식별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위 사건과는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샤워기에 내장된 위장형 카메라도 등장했다. 한 눈에 식별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위 사건과는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경찰은 "영상속 피해자 신원 확인이 어려워 여자친구를 제외하고는 영상에 대해 알리지 못한 상태다"며 "수사 결과 이들이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카메라 대부분이 교묘하게 만들어져 탐지기로 추적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며 "몰카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강력히 처벌할 것이다. 향후에도 관련 기관과 협업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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