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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갈등 실마리 고위급 관계부터 풀자"…한·중 대사 중국인 유학생 축제서 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에 참석한 노영민 주중대사(왼쪽)와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프리랜서 김성태

2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에 참석한 노영민 주중대사(왼쪽)와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프리랜서 김성태

노영민(60) 신임 주중대사와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개선하자고 입을 모았다.

노영민 주중대사-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29일 첫 만남 #추 대사 "한·중 관계 발전 위해 고위급간 상호 신뢰 필요" 강조 #노 대사 전날 "사드 갈등 해결 결정적 계기는 정상회담 될 것" 언급

노 대사와 추 대사는 29일 오후 6시 충북 청주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중대사 임명장을 받은 노 대사는 첫 공식 일정으로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막식을 찾았다. 2011년부터 개최된 이 축제는 전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을 초청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양국 젊은이가 공연을 보며 우의를 다지는 행사다.

노 대사와 추 대사는 이시종(70) 충북도지사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앉았다. 직접 '사드'를 언급한 것은 추 대사였다. 그는 축사에서 “현재 중·한 관계는 사드 배치로 인해 양국 교류합작과 국민의 우호 감정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중·한 양측이 원하는 바가 아니고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왼쪽)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운데), 노영민 주중대사(오른쪽)가 2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서로 손을 모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왼쪽)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운데), 노영민 주중대사(오른쪽)가 2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서로 손을 모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는 이어 “중국은 변함없이 한국과의 관계 발전을 중요시하며 한국 정부와의 소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중·한관계의 조속한 개선과 발전을 위해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양국이 초심을 잃지 않고 정치적 신뢰를 쌓는 등 공동이익을 극대화하고 우호의 기반을 다진다면 양국의 앞날은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노 대사는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과 같은 교류행사가 한·중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노 대사는 “한·중 젊은이들이 함께 호흡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양국 간의 우호를 증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굳게 믿는다”며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에 정치적인 문제로 양국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오늘처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쌓이면 어려운 상황도 헤쳐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7회째를 맞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은 올해 초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행사가 차질을 빚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충북도는 중국 자매도시와 주한 중국대사관, 중국인 유학생 연합회를 찾아 “정치 상황과 무관한 한·중 민간교류 행사는 이어가야 한다”고 설득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양국 대사까지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하자 한·중간 대표들이 우의를 다지는 퍼포먼스도 나왔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왼쪽)와 노영민 주중대사가 2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에서 악수를 요청하는 부탁을 받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왼쪽)와 노영민 주중대사가 2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에서 악수를 요청하는 부탁을 받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 지사가 축사 도중 “오늘 이 자리에 양국 대사가 나란히 함께 하셨는데 한·중 관계 나아가 동북아 관계, 세계 평화를 위해 두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경색된 한·중 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두 분이 악수를 하면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노 대사와 추 대사의 악수를 요청했다. 양국 대사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일어서서 관중을 향해 악수를 하며 웃었다.

추 대사는 개막식에 앞선 이 지사와의 환담에서 사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양국 정부의 고위급간 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사는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는 고위급간의 상호 신뢰”라며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면 고위급간의 관계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막식 식전 행사로 중국 태극권 공연이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막식 식전 행사로 중국 태극권 공연이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막에 앞서 식전 공연이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개막에 앞서 식전 공연이 열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날 노 대사 역시 충북도청을 찾아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혀 한·중 정상회담 추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는 “국가간 외교관계가 경색 될 수록 지방정부와 민간교류는 더욱 돈독한 관계 유지해야 한다”며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이 한·중 관계의 얽혀있는 매듭을 푸는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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