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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함 충돌사고, 美 해군 전통까지 바꾸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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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사진 미 해군]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사진 미 해군]

잇따른 이지스 구축함 충돌사고로 여러 명의 지휘관이 파면과 같은 중징계를 받는 등 후폭풍이 계속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태평양사령부 ‘넘버 2’인 스콧 스위프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혀 미 해군이 술렁이고 있다.

스위프트 태평양함대 사령관 전역 요청 #"해군의 전통 지키기 위해 전역서 제출" #차기 태평양사령관 0순위…인사서 배제 #지휘관 1명 보직 해임 6명 파문, 연장선상 #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스위프트 사령관이 전역을 요청했다”며 “스위프트 사령관이 이날 성명을 내고 ‘해군에 대한 충성심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전역서를 냈다’고 밝혔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그가 언급한 ‘전통(tradition)’은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차기 태평양사령관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스위프트 사령관은 내년 퇴임하는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의 후임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존 리처드슨 해군 참모총장이 스위프트를 후임 태평양사령관에 추천하지 않았다고 성조지는 전했다.
미 해군은 그의 전역 신청이 자신의 관할인 제7함대 예하 이지스함 충돌사건 2건과 관련 있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지스함 사건이 지휘 계통의 문제인 만큼 최고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조셉오코인 전 7함대사령관은 보직 해임됐고 고위 지휘관 6명은 파면됐다. 오코인 전 사령관도 전역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일본 요코스카(横須賀)를 모항으로 하는 7함대에선 석 달 새 연달아 이지스함 충돌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지난 6월 일본 남쪽 해상에서 피츠제럴드함이 필리핀 선적 대형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7명의 승조원이 사망했다. 일본 언론들은 해상보안청 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지스함의 과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우현이 심하게 파손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위 사진). 평시 승조원실(아래 사진 왼쪽)과 사고 이후 모습(아래 사진 오른쪽) [사진 미해군]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우현이 심하게 파손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함(위 사진). 평시 승조원실(아래 사진 왼쪽)과 사고 이후 모습(아래 사진 오른쪽) [사진 미해군]

싱가포르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매케인함. [사진 미 해군 7함대]

싱가포르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매케인함. [사진 미 해군 7함대]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매케인함이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과 충돌해 수병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맥케인함 사건 역시 미군 측의 실수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미 해군은 정확한 사고원인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한반도 위기 상황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 등으로 이지스함의 임무가 과중돼 일어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실전에 배치된 승조원들이 수면 부족에 시달려가며 작전을 진행하다가 발생한 불상사란 것이다.

그래픽=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단시일 내 바꿀 수 없어 미 해군의 고민도 깊다. 충돌사고를 일으킨 이지스함 두 척은 모두 장기 수리에 들어간 상황. 태평양사령부는 이들을 대체할 이지스함 2척을 내년에 새로 배치할 계획이어서 전력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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