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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전복어장은 김 양식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김영란법 1년, 농어촌 자구책 르포

지난 21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읍 ‘명품전복 영어조합법인’ 계류장. 양식 전복을 바다에서 가져와 잠시 보관했다가 포장하는 곳이다. 한쪽 구석에 포장용 종이 상자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가 잔뜩 쌓여 있었다. 1년 중 가장 큰 대목인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시점이었지만 전복을 포장하는 직원은 한 명뿐이었다.

전남 완도 전복 양식장 #한정식집 등 식당서 전복 주문 감소 #추석 앞둔 대목인데 선물 수요 줄어 #투자·유지비 낮은 김 양식으로 바꿔

서울에서 일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10년째 전복 양식·유통을 하는 이곳의 오지수(35) 대표는 “예년 이맘때는 선물용 전복을 포장하느라 일손이 모자라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했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원들이 할 일이 없을 정도로 판매량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21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소재 한 영어조합법인 건물에서 직원들이 전복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21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소재 한 영어조합법인 건물에서 직원들이 전복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 최대 전복 산지인 완도 지역 양식어가와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오 대표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도 지역에는 9월 현재 2599개 전복 양식어가와 전복 관련 유통업체 47개가 있다. 연간 8000t 안팎의 전복을 생산·유통한다.

완도 전복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1년간 직격탄을 맞았다. 우선 한정식집의 전복 주문이 많이 감소했다. 김영란법상 식사 비용이 3만원으로 제한돼 단가를 맞추려고 전복 요리를 메뉴에서 아예 없애거나 사용량을 줄이면서다. 주로 7~12마리가 든 10만원대 선물용 전복 주문도 줄었다. 그렇다고 3~4마리만 담아 선물용을 만들 수도 없다는 게 유통업체의 공통된 목소리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도 완도 전복 어민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한국전복산업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대중국 전복 수출량은 3t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전체 400t과 비교하면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전복 가격도 내려갔다. 김영란법 시행 전과 비교해 10%가량 하락했다. 어민들은 생존 대책을 찾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전복 양식에 비해 투자비와 시설 유지비가 적게 드는 김 양식 등으로 업종을 바꿨다. 전복 양식을 계속하는 어민들은 들여오는 치패량과 직원 수를 줄였다. 완도 지역의 전반적인 경기도 침체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어민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과거 완도에만 오면 양식장에서 일할 수 있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예상치 못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완도읍 번화가는 외지인은 물론 주민들의 발걸음도 줄어 썰렁하다.

이범성(58) 전복유통협회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복 판매량이 30% 정도 감소했다”며 “정부가 농어민들의 생존 문제를 고려해 전복 등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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