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지방흡입 시술 정확도 높인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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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의료계에 빠르게 영역을 확산하고 있다. 진단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시술 결과 분석까지 돕는다. 비교적 단순 반복적인 시술이지만 지금까지는 시술자의 감에만 의존했던 시술을 정량화해 시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다.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지방흡입 전문병원인 365mc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 기반 지방흡입 기술인 ‘M.A.I.L.(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ction) 시스템’을 공개했다.

M.A.I.L.시스템은 인간의 움직임을 모션캡쳐 하는 방식으로 지방흡입 수술 집도의의 수술동작을 저장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이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시술에 적용한 사례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은 입력된 암 치료와 관련한 방대한 논문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별로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 인간의 손 동작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최적의 시술을 돕는다. 판단을 넘어 행동에까지 관여하는 셈이다.

365mc대표원장협의회 김남철 회장은 “지방흡입 시술은 동작이 비교적 간단하고 반복적이어서 의사마다 다른 시술 동작·패턴을 정량화해 최적의 시술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라며 “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시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흡입 시술은 지름 4㎜, 길이 30㎝ 정도의 캐뉼라라는 기다란 관처럼 생긴 도구를 사용해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듯 지방을 흡입·제거하는 치료법이다. 그런데 한 번에 지방을 모두 제거할 수 없어 수없이 찌르고 뺀다. 시술이 진행되는 2~3시간 동안 1만 5000여 번 정도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문제는 얼마나 정확하게 지방층을 찌르냐다. 지방층 위쪽인 피부를 찌르면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고 멍이 심하게 들 수 있다. 아랫쪽인 근육·장기를 찌르면 장기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의사의 감각에만 의존했다.

M.A.I.L. 시스템은 지방을 흡입하는 도구에 특수센서를 설치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기록·저장한다. 이를 통해 찌르는 깊이, 각도, 속도, 범위 등을 시술 동작을 패턴화해 분석한다. 이런 정보가 쌓이면 네비게이션처럼 다음 최적의 시술 경로를 제시하고, 잘못된 경로를 인지해 알려줄 수 있다. 만일 각도·깊이 등이 오차 범위를 벗어나면 즉각 경고음을 울린다.

시술 후 결과 예측도 가능하다. 관이 지방층 가운데로 적절하게 넣었는지, 관 끝의 각도가 위나 아래를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저장한다. 시술이 끝난 후에는 이런 동작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시술후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을 수치화한다. 지금까지는 시술이 끝나고 정상적인 부기가 빠질 때까지 8주 정도 기다려야 했지만, M.A.I.L. 시스템으로 곧바로 결과를 예측해 합병증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아래로 찌른 횟수가 많으니 복부 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라는 식이다.

김 회장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시술 후 경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고 정량화된 기준을 따라 시술해 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시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365mc는 한국전자부품연구원과 지방흡입시술 동작을 데이터화하기 위한 IoT 센서를 개발해 빅데이터를 축적했다. 현재 M.A.I.L. 시스템은 약 1000건의 지방흡입 시술을 학습한 상태다. 연말까지 M.A.I.L. 시스템이 1만 건의 학습을 마치면 일선 의료현장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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