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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별 하나가 3년 만에 별 셋 … 시진핑, 측근으로 군권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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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인민해방군 수뇌부 물갈이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합참의장 격인 연합참모부 참모장, 당(黨)과 군을 잇는 실세인 정치공작부장 등 중앙군사위원회의 핵심 보직과 육·해·공·로켓군·전략지원부대 등 5대 군종의 사령원(사령관)이 전원 교체됐다. 뒤이어 다음달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을 새로이 선출하고 국방장관을 임명하면 군 수뇌부 인사가 마무리된다.

당 중앙군사위원 8명 중 7명 해임 #육·해·공 등 5대 사령관 전원 교체 #시, 푸젠성 근무 시절 만난 먀오화 #고속 승진시켜 정치공작부장 발탁 #부자 2대 걸친 인연 장유샤도 눈길

인민해방군의 최상부 조직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다. 당이 군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18차 당대회 때 선출된 현 군사위원회는 시진핑 주석과 2명의 부주석, 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의 군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8명의 군사위 위원 가운데 7명이 현재 보직에서 해임됐다. 여기에다 군사위 부주석인 판창룽(范長龍)과 쉬치량(許其亮), 군사위 위원을 겸하는 창완취안(常萬全) 국방장관도 당대회 때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웨이궈·딩라이항 등 ‘시자쥔’ 약진

시진핑 주석의 당·정 인사와 마찬가지로 군부 인사 역시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끈 건 먀오화(苗華·62) 해군 상장의 발탁이다. 그는 이달 초 당과 군을 잇는 핵심 요직이자 군 인사를 총괄하는 정치공작부장에 임명됐다. 군 편제개편 이전의 총정치부 주임에 해당하는 정치공작부장은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 국장과 비슷한 실세 보직이다.

먀오 부장은 만 11년 동안 소장(별 1개) 계급에 머물러 있다가 2012년 중장(별 2개)으로 진급했다. 이어 만 3년 만인 2015년 인민해방군의 최고 계급인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아줬다. 시 주석 집권기에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푸젠(福建)성에서 맺은 오랜 인연이 바탕이 됐다. 먀오 부장은 1969년 입대한 이래 2005년까지 줄곧 푸젠을 근거지로 하는 31집단군에 근무했다. 시 주석은 85년부터 2002년까지 17년 간 푸젠성의 당·정 간부로 근무하면서 군 보직도 겸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밖에 새로 육군사령원으로 임명된 한웨이궈(韓衛國·61)와 공군사령원으로 발탁된 딩라이항(丁來杭·60) 역시 시 주석과 같은 시기에 푸젠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과거 푸젠·저장성 근무 시절의 옛 부하들을 초고속 승진시키면서 당·정의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과 같은 양상이 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형성되고 있는 파벌을 ‘시자쥔(習家軍)’이라 부른다.

또 한 사람 주목해야 할 시자쥔은 장유샤(張又俠·67) 상장이다. 그는 중국 군부에서 시진핑 주석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역시 인민해방군 상장에 올랐던 그의 부친 장쭝쉰(張宗遜)은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의 고향 친구이자 전우였다. 부자 2대에 걸쳐 시 주석과 막역한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 장비발전부장을 지낸 그는 중국의 국산 항공모함 건조나 위성발사 등 우주개발 업무를 총지휘했었다.

시 주석에겐 장유샤 못지않게 막역했던 또 한 사람의 군내 인맥이 있었다. 류샤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류위안(劉源) 상장이었다. 총후근부 정치위원이던 그는 시 주석 집권 초기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 등 두 명의 전 군사위 부주석을 부패혐의로 제거함으로써 시 주석의 군 기반을 다진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난해 한직(전인대 재경위 부주임)으로 밀려났다. 이때부터 남은 한 사람인 장유샤야말로 시 주석이 신임하는 군부 내 복심(腹心)이며 군사위 부주석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10월 당대회에서 물러나는 판창룽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자쥔의 약진이란 점 이외에 시진핑 군 인사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젊은 피’ 수혈이다. 상장을 제쳐놓고 중장을 발탁해 각각 해군·공군·로켓군 사령원과 장비발전부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파격이다. 세대 교체를 통해 군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이 임명된 중장 사령원들은 이른 시일 내에 상장으로 승진시켜 원활한 지휘 통솔이 이뤄지도록 배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59∼61세인 이들 중장 사령원이 배출됨으로써 인민해방군 수뇌부의 평균 연령이 7∼8세가량 젊어졌다. 여태까지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60대 후반이 주류였고 70대도 드물지 않았다. 올해 72세인 우성리(吳勝利) 전 해군사령원의 후임에는 11년 젊은 선진룽(沈金龍)이 임명됐다.

군 수뇌부 연령 60대 후반서 7∼8세 젊어져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인사를 단행한 시점이다. 시 주석은 19차 당 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에 군 수뇌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당 대회에서 새로운 군사위원을 선출하고 그 이후 순차적으로 군 보직 인사를 하는 것과는 반대 순서로 이뤄진 것이다. 이와 관련, 군 인사를 먼저 확고히 장악함으로써 당 지도부 개편에서도 자신의 권한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과거에 보지 못하던 패턴의 인사가 이뤄졌다”며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철학 대로 정치 투쟁에 군 인사를 활용한 사례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이번 19차 당대회를 거치며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은 한층 확고해질 전망이다. 베이징의 군사 소식통은 “집권 1기인 지난 5년 동안에는 군내 반부패 투쟁을 통해 장쩌민 세력의 잔재를 척결했고 이후 편제 개혁을 통해 군 장악을 가속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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