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태평양서 수폭 실험하면 국제법상 공적으로 응징 가능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50호 05면

국제법 전문가 이창위 교수가 본 북한의 핵실험 위협

이창위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에 핵을 실어 터뜨린다면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이창위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에 핵을 실어 터뜨린다면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 이후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궤멸” 발언에 맞서 북한은 “태평양상 수소폭탄 실험”으로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태평양상에서 수폭 실험을 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창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위협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미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공격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유엔헌장 제7장 ‘평화에 대한 위협과 파괴’에 근거)에 의한 국제사회 공동의 물리적 대응도 가능케 하는 무모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태평양상 핵실험을 얘기했다. 국제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유엔헌장 51조는 각 국가에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부여하고 있다. 직접 공격을 받고 대응하는 전통적 의미의 대응적 자위권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요격 같은 차단적 자위권, 적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사용하는 선제적(preemptive) 자위권, 구체적 징후는 없지만 미리 싹을 자르는 예방적(preventive) 자위권이 있는데 미국이 대북 공격을 한다면 선제적 자위권과 예방적 자위권의 중간 정도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동조나 반발 등 분위기는 어떨 것 같나.
“패권을 두고 미국과 맞서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입장을 예측하긴 힘들지만 국제법적인 측면에서는 북한이 압도적으로 몰릴 것이다. 사실 북한은 스스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고 주장하고 부분적·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미가입국이란 점을 들면서 핵실험을 마구 해 왔다.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6차례나 한 유일한 나라이고, 이번에 태평양에서 핵실험을 한다면 1974년 프랑스가 대양에서의 대기권 핵실험을 한 이후 처음으로 대양에서 핵실험을 하는 나라가 된다. 국제법상 해양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의무 위반이다. 더구나 미사일에 핵을 실어 터뜨린다면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예방적 자위권이 행사된 사례가 있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 이스라엘의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및 2007년 시리아 알키바르 원자로 폭격이 그 예다. 이스라엘은 ‘가만히 놔두면 핵무기 공격을 받으니까 선제적으로 했다’고 주장했고 국제사회의 비난은 있었지만 미국의 암묵적 지지로 과거지사가 됐다.”

이 교수는 “만약 1994년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북한 영변 핵시설을 공격했다면 핵 개발을 겨냥한 예방적 공격의 유사 사례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이상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장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하다고 했다.

미국의 자위권 차원 공격 명분 제공 #국제사회 공동 물리적 대응도 가능 #북한 비핵화 시까지 조건부라도 #주권국가라면 핵무장 주장해야 #국내 핵무장 담론 자체가 압박카드 #中, 동북아 핵 확산 가장 두려워해 #美 확장 억제력 믿고 있을 수 없어 #한·일 공동 핵무장 추진해 볼 만

한국이 자체 핵무장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되지 않나.
“이 또한 자위권 차원의 문제다. 우리가 핵 보유에 나설 경우 NPT에서 탈퇴되면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 60조 2항 b에 ‘조약의 시행 정지’ 규정이 있다. 조약 상대국(북한)의 조약 위반으로 인해 그 영향을 특별히 받는 당사국(우리나라)이 조약의 전부 또는 일부 시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거다. NPT에서 탈퇴하지 않는 한, 회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명분이 없다. 정전상태인 북한이 수소폭탄 같은 최종적인 무기를 완성하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유엔헌장 51조의 자위권을 원용할 수 있다. 주권국가라면 북한의 비핵화 시까지 조건부라도 핵무장은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부수적인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내의 핵무장 담론 자체가 중국과 북한에 대한 압박카드인데 그 카드를 없애 버렸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효과를 못 낸 건 중국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세상 사람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북한은 중국에 대한 순망치한의 존재다. 임진왜란 때부터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굳어진 철칙이다. 같은 사회주의체제로, 북한을 ‘탄광 속 카나리아’로 삼아 지켜 주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전쟁 차원에서도 북한을 버릴 수 없다. 동북아시아의 핵 확산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이 교수는 대중국 압박카드로 한·일 간 공동 핵무장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식 핵 공유 방안을 제시했다.

국제사회가 핵 확산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녹록지 않을 것 같다.
“북한 핵 보유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과 일본이다. 양국 모두 독자 핵무장은 힘들 것이고 미국 동의하에 공조해 핵무장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적대적 핵 확산이 아닌, 미국에 도움이 되는 우호적 핵 확산을 얘기하는 거다. 미국에 대해 비용 경감 측면을 부각하고 북핵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과 일본 국민의 공포를 이해시키면 되지 않을까 한다. 이스라엘은 물론 인도·파키스탄도 결국엔 미국의 이익에 맞으니 승인해 줬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이 10년에 걸쳐 이룬 공동 핵무장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굳건한 한·미 공조가 바탕이 돼야 가능한 일이다.”
나토식 핵 공유 방안을 동북아에 도입할 수 있을까.
“1968년 NPT체제 완성 때까지 미·소는 물론 양 진영의 국가들이 첨예하게 맞섰다. 60년대 중반에 영국과 프랑스가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핵을 갖지 못한 서독을 달래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방식이 나토식 핵 공유다.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을 만들어 비축한 핵무기의 사용정보와 관리 등을 모두 공유했다. 하지만 동북아는 나토와 같은 안보동맹체제가 아닌 데다 미국이 각각의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중첩해 운용하고 있어 쉽진 않다. 한·일 두 나라의 역사 갈등과 상호 불신도 이유다. 핵을 괌 기지에 그대로 두고 한·미·일 3국이 나토의 NPG 같은 것을 만들어 핵의 사용 관리정보를 더 전향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은 상호방위조약과 확장 억제력 제공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문제는 유사시 핵무기의 사용이 미국의 의사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시스템이 나토처럼 돼 있는 것이 아니다. 활과 창을 든 상대방이 있는데 ‘활과 창은 내가 들고 싸울 테니 너는 방패로 싸워라’는 게 미국 논리다. 전쟁사를 보자. 베트남과 월맹이 파리평화조약을 체결했지만 바로 공산화됐다.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미국은 처음부터 나서지 않았다. 그것이 프랑스가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한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최종적인 안보는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다.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100% 믿고 있을 수는 없다.”
극강의 대치 끝에 북·미가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국면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헨리 키신저의 언급처럼 미·중 간 빅딜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을 일본 쪽으로 빼는 식이면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26년 대북 협상 과정에서 만들어진 화려한 이름의 협정·합의는 결국 북한에 핵만 안겨 준 실패의 연속이었다. 역사적으로도 평화협정이나 정전협정·중립협정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베트남과 월맹 간의 파리평화협정, 1939년 독일과 소련의 불가침협정이 그랬고 1949년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의 평화협정은 몇 차례나 만들어졌다가 휴지 조각이 됐다. 1941년 소련도 일본과 중립조약을 체결했지만 일본의 항복 직전 일본을 공격했다.”

이 교수는 “평화협정은 실질적인 평화를 담보하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핵이 갖는 엄청난 파괴력과 야만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미 프린스턴대 물리학 전공 학생이 핵무기를 설계해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완전한 평화는 핵무기가 없는 세상의 평화인데, 이는 신화다. 대학생도 핵무기를 설계하는 세상에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는 가능하지 않고, 완전한 폐기는 오히려 재래식 전쟁의 가능성을 높일 뿐’이라고 했다. 핵무기를 관리하면서 분쟁을 억제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나.
“완성한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경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 이도 백인 정권이 흑인들에게 정권을 넘겨주기 직전에 취한 조치다.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킬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등으론 한계가 있고 그나마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가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 1945년 이후 현대사를 봐도 닉슨 대통령의 주장이 옳음을 보여 주고 있다. 냉전을 종식시킨 로널드 레이건은 ‘소련과의 군비 경쟁이나 체제 경쟁에서 미국이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신념과 용기를 가진 정치인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주의 시각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예측하고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낭만적인 시각은 안 된다. 절대 희망대로 되지 않는다.”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 G2 ‘전략게임’ 서막 오르나
● 핵 추진 잠수함 개발, 美 농축 우라늄 판매 금지가 걸림돌
● 北 영해 침범 땐 발포, 친중파 제거, 미·러 활용해 중국 견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