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유감 표명 "노 전 대통령은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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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박종근 기자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가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 의원이 유감을 표명했다.

정 의원은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전날 쓴 SNS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정 의원은 "봉하마을 조호연 비서관이 전화해 권양숙 여사께서 뉴스를 듣고 마음이 많이 상하셨다고 했다"며 "저는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올린 글일 뿐,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그는 "박 시장의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고, 그 때문에 당시의 여러 정황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통해할수록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사법처리 또한 신중히 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현직 서울시장이 이 전 대통령을 고소 고발하고, 문성근·김미화씨 같은 분들이 동참하는 여론몰이식 적폐청산이 나라에 무슨 보탬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한쪽이 한쪽을 무릎 꿇리는 적폐청산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반복시킬 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분들께 묻고 싶다. 정말 이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믿으시냐"고 질문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한을 풀기 위해 또다른 형태의 정치보복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시냐"며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글을 마쳤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당시 사용하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컴퓨터에 한글 파일로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고 유서를 남겼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