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과 거래하면 미국과 못한다" 무역·금융 봉쇄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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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북한과 제3국과 무역 및 금융거래를 봉쇄하는 내용의 새로운 대북 경제제재안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총리와 3자 오찬회담에서 "오늘 방금 북한과 무역 및 자금을 지원하는 개인·회사·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재 대상을 크게 확대하는 서명한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중앙은행이 자국 은행들에 즉각 북한과 금융거래를 중단하도록 명령했다는 소식이 방금 보도됐다"며 "이는 매우 대담한 조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찬 모두 발언을 통해 "새 행정명령은 북한의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무기 개발에 자금을 대는 수입원을 차단할 것"이라며 "재무부의 권한을 강화해 북한과 상품·서비스·기술부문 중요한 무역을 하는 제3국 개인이나 단체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외에 재무부는 섬유·어업·정보기술 및 제조업 등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 강력한 제재할 수 있다"며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북한과 대외무역과 관련된 거래에 편의를 제공하는 외국 은행을 제재하는 재량권도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무역 또는 금융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은행에 미국과 거래를 막는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한다는 선언이다. 발표에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며 "전쟁은 아니다"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 발표와 함께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문제를 25년간 씨름했지만 과거 행정부들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 우리가 지금 문제에 봉착한 이유"라며 "이런 불명예스러운 관행에 대한 관용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생명줄인 원유만 빼고 금융·무역 전면 봉쇄

신규 대북 제재는 상품·서비스는 물론 금융거래까지 북한의 대외 교역을 전면 봉쇄하는 조치다. 이달 초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 의회 상·하 양원도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기관을 제재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특히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재무부에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을 포함해 북한의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대형은행 10곳을 신규 제재대상에 포함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추가 제재에서 유일하게 빠진 부분은 북한 생명줄로 불리는 원유공급이다. 북한의 최대 원유수입선인 중국이 정권 붕괴를 이끌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한·미 FTA, 미국에 너무 불리,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시급한 대북 협력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폐지'가 아니라 개정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양국은 매우 우호적인 기반위에서 양국의 무역과 무역협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라면서 "솔직히, 양국관계에서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과 관련한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무역협정은 미국에 너무 불리하지만 한국에 너무 유리하기 때문에, 한·미 FTA를 보다 강화하고 모두에게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오늘의 진정한 초점은 군사 문제와 훌륭한 한·미 관계며 오늘은 여기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북, 개탄스럽다"에 "매우 행복…나와 수백만명에 행운의 단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이 극도로 개탄스럽다(extremely deplorable)"이라고 한 데 트럼프 대통령은 "개탄스럽다는 표현을 사용해 줘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내가 그 말을 쓰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하니 펜스 부통령과 다른 사람들이 웃더라"며 "이 단어는 나는 물론 수백만명에게 매우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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