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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죽은 자녀 시신 들고…" 지진 덮친 멕시코 초등학교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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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9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진 멕시코 남부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 [AP=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진 멕시코 남부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 [AP=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멕시코를 강타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1명 등 최소 30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9일 지진으로 무너진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1명 등 최소 30명 사망, 12명 구조돼 #여전히 학생 다수 매몰…구조작업 한창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린 이 학교에선 여전히 학생 다수가 건물 잔해에 깔려 있어 긴박한 구조 작업이 벌어졌다.

아우렐리오 누노 멕시코 교육부 장관은 교실 반대편 옥상에서 직접 소리를 지르며 현장을 지휘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양동이와 쇼핑카트, 손수레 등을 동원해 부서진 건물 잔해들을 옮겼다. 이웃 주민들은 물 양동이와 샌드위치, 바나나 등을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육·해군 병력 500명과 경찰 200명,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투입됐다.

자원봉사자 엔리크 가르디아(37)는 BBC에 "(구조 신호를 보내려고) 벽을 여러 번 치는 사람도 있었고, 빛 신호를 보내자 응답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생존자들이 아직 있다"고 밝혔다. 건물 잔해 사이로 손을 내밀어 자신의 생존을 알린 여학생 프리다 소피아(12)는 현재 호스를 통해 물을 공급받으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구조된 이들의 이름을 적어 건물 벽에 붙였다고 NYT는 전했다. 학교 앞 거리 기둥에도 구조된 사람들의 명단이 걸려 있었다. 구조자 명단에서 자기 아들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한 한 여성은 "이 명단을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아들을 찾으러 병원으로 향하기도 했다. 7살 딸의 생사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 아드리아나 파고는 "누구도 지금 내 고통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절규했다.

19일 지진으로 무너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건물에서 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지진으로 무너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건물에서 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어린이의 부모들은 혹시라도 아이가 구조될까 애타는 마음에 학교 주변 나무와 놀이터 기구 위로 올라가 구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일부 부모들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잔해 속에 있는 아이들과 대화하며 구체적인 위치 등의 정보를 받기도 했다. 구조 작업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 엘레나 비야세뇨르는 "부모들이 죽은 자녀의 시신을 들고 나가는 모습을 봤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지진 발생 당시 영어수업 중이었다는 12살 루이스 카를로스 에레라 토메는 "건물이 흔들리자 가방과 학용품을 모두 내버려두고 계단으로 뛰어갔는데 천장이 무너지는 걸 봤다"며 "바로 뒤로 돌아서서 다른 계단을 향해 달렸다. 한 걸음에 계단을 다섯 개씩 뛰어 내려가서 겨우 빠져나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이 학교엔 400명의 학생이 통학했지만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몇 명이나 건물 안에 있었는지,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탈출한 사람은 몇 명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어린이 11명과 교사 1명이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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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15분쯤 멕시코 푸에블라주 라보소 인근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 AP통신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총 245명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수도 멕시코시티에선 사망자가 100여 명에 달하는 등 피해가 컸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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