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방미...여ㆍ야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공감

중앙일보

입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한ㆍ미 정상회담과 한ㆍ미ㆍ일 3국 정상오찬에 안보 담당 분야 책임자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성과 등이 있을 경우 정 실장이 실무 협의 단위를 꾸려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으로 출발했을 당시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서는 남관표 안보실2차장만 동행했다.

 정 실장은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 등 주요 국면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핫라인’을 통해 대응 기조를 논의해왔다.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등 한반도의 주요 전략자산 보강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과 첨단 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번 주말께 귀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금요일(22일) 밤 늦게 서울에 도착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미간 핵추진 잠수함 관련 합의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다. 박완주 원내수석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양국간 합의된 문제인지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당에선 아직 공식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핵잠수함 보유에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이번에 유엔에서 탄두중량을 늘리는 조치에 더해 핵잠수함 (추진)까지 합의됐는지를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라고만 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민주당 진영 의원은 “문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부분을 제외하면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우리도 하고 있다”며 “그런 얘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교통상위 소속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자는 얘기가 당내에서 얘기돼 오긴 했으나 구체적인 시기나 방안을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전술핵 배치를 회피하려는 수단이 되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방위 소속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미국 입장에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라도 핵추진 잠수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핵추진 잠수함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핵 억지력을 가질 수 있는 전술핵이나 미국 핵 자산의 상시배치가 성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도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당연히 필요하고 적절한 일이지만 전술핵 배치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쥐를 잡는데 고양이면 되지 호랑이가 왜 필요하냐”며 “핵잠수함은 예산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진다. 그 예산이면 북한 잠수함을 일일이 감시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24대를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훈ㆍ위문희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