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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분신 ‘마지막 독일 망명가’ 숨져...사드반대 단체,"문재인 정부 책임"

중앙일보

입력

'마지막 독일 망명가' 조영삼(58)씨가 분신을 시도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센터 18층의 야외 테라스 현장. [사진 서울마포경찰서]

'마지막 독일 망명가' 조영삼(58)씨가 분신을 시도한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센터 18층의 야외 테라스 현장. [사진 서울마포경찰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반대”를 외치며 분신을 시도한 ‘마지막 독일 망명가’ 조영삼(58)씨가 20일 오전 끝내 숨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조씨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20일 오전 9시 34분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씨는 19일 오후 4시 10분쯤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18층 야외 테라스에서 1리터짜리 플라스틱병에 담긴 인화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분신을 시도했다. 분신 직후 목격자들이 소화기로 급히 진화했지만, 병원으로 이송됐을 땐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이미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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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조씨가 치료를 받던 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조영삼은 사드 철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였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사드 배치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와, 그 뒤에서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 대통령을 모욕하며 사드 배치를 강박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는 즉각 사과하고 사드를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제목의 A5 종이 4장 분량의 글을 남겼다. 경찰 조사 결과 ‘사드 배치는 긴장을 초래하고 전쟁의 위협만 가중시킨다’ 등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1993년 북한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2007년 사망)씨의 초청으로 95년 8월 무단 방북한 뒤 독일로 망명했다. 2012년 자신의 가족을 먼저 귀국시킨 뒤 그해 말 자진 입국해 국정원에 체포됐다. 이후 방북 당시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고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2014년 4월 최종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뒤에는 경남 밀양에 거주해왔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유족과 검시관, 과학수사팀, 병원 측의 의견을 종합해 조씨에 대한 부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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