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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제 용어] 회색 코뿔소(Gray Rhi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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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최근 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회색 코뿔소(Gray Rhino)’입니다. 중국 경제 관료가 회색 코뿔소의 재앙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죠.

예측 가능하고 파급력 크지만 #간과하다 위험에 빠져드는 상황 #예측 힘든 ‘블랙 스완’과 대조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인해 사회가 인지하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코뿔소는 덩치가 커서 달려오면 땅이 흔들릴 정도입니다. 코뿔소가 달려온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죠. 코뿔소와 부딪히면 위험하다는 것도 압니다. 이렇게 예상할 수 있고, 사고가 나면 파급력도 크지만 무시하다가 통제 불능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고 합니다.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한 뒤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실질적인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는 중국의 회색 코뿔소로 그림자 금융과 부동산 거품, 국유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 지방정부 부채, 해외 인수합병(M&A) 등을 꼽았습니다.

회색 코뿔소는 발생 확률이 극히 낮아 예측과 대비가 어렵지만 한번 나타나면 큰 충격을 야기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 비교되는 용어입니다.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백조는 하얗다는 통념을 깬 데서 비롯된 표현이죠. 블랙스완은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인 나심 탈레브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하면서 널리 유명해졌습니다.

동물에 빗댄 용어는 다양합니다. 미국 연방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질 때 나온 ‘네온 스완(Neon Swan)’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백조를 뜻하는 말로 절대 불가능한 상황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무용지물)’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쓸모없는데 관리하기 어려운 것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고대 샴(태국) 국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했지요. 왕이 하사한 신령한 하얀 코끼리에게 일을 시킬 수 없습니다. 사료비만 많이 듭니다. 만약 이 코끼리가 죽으면 신하는 왕에게 불충을 하는 셈이 되죠. 때문에 국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하사했습니다. 최근 구닐라 린드버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경기장의 시설 활용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IOC는 하얀 코끼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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