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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의연금 빼돌려 마카오 도박에 쓴 공무원 1년 6개월 선고

중앙일보

입력

강원랜드 슬롯머신.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사진 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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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들에게 돌아갈 수재의연금을 빼돌려 도박 자금 등에 쓴 40대 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태풍 ‘차바’의 수재의연금 8790만원을 가로챈 울주군청 공무원 A씨(46·6급)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혐의는 업무상 횡령, 허위 공문서 작성,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사기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때 수재의연금 8790만원 횡령 #법원 “공무원으로서 해서 안 되는 매우 죄질이 나쁜 범죄”

태풍 발생 당시 울산에 공장을 둔 에쓰오일은 수재민을 위해 3억1580만원 상당의 주유 상품권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A씨는 이 상품권을 울주군의 수재민들에게 나누는 일을 맡았다.
A씨는 지난 1월 빚 독촉을 받자 상품권을 빚 상환 등에 쓰기로 마음먹고 6개 읍·면사무소에 허위 공문서를 보내 3360만원 어치 상품권을 회수했다. 또 군청에 보관 중이던 5430만원 상당의 주유 상품권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상품권 배부 방법 개선’과 관련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각 읍·면사무소에 발송하고, 상품권을 반납해 다시 배분한다는 내용의 공문서를 허위 작성해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보냈다. A씨는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지인들에게 아버지 병원비 명목으로 154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사진 울산지방법원 캡처]

[사진 울산지방법원 캡처]

법원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시 은행과 지인에게 진 빚이 7억여원에 달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뒤에도 6개월여 동안 도박을 하러 마카오에 18회나 다녀오는 등 심각한 도박 중독에 빠져 있었다. A씨는 빼돌린 상품권을 울산·부산 등지의 상품권 매입처에서 현금으로 바꿔 빚과 개인회생 납입금을 갚는 데 썼다. 마카오 슬롯머신 도박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법원은 “도박으로 과다한 채무를 지고,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또 다른 도박을 하기 위해 허위 공문서를 만들어 공금을 횡령하는 등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매우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액이 상당하고 피해 회복이 불투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이번 선고로 공무원직에서 파면됐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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