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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어이없는 죽음에 어이없는 판결…계속되는 악순환

중앙일보

입력

미국경찰의 총에 백인 남자 대학생이 어이없이 사망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또 흑인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제2의 퍼거슨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조지아텍에서 성소수자 옹호 백인 남학생이 경관 총에 사망 #미 세인트루이스에서 흑인 쏜 백인경관 무죄판결 항의시위

1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텍에서 누군가 총과 칼을 휘두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학생을 총으로 쏴 숨지게했다. 사망한 학생은 조지아텍의 성소수자(LGBT) 학생단체 라이드얼라이언스 회장을 맡고있는 스카웃 슐츠(21). 기숙사 학생들이 찍은 비디오에 따르면 경찰이 칼을 내려놓으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이를 듣지않고 경찰 쪽으로 다가서다 총을 맞았다.

슐츠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슐츠는 작은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슐츠의 아버지는 “아들이 총을 갖고있던 것도 아닌데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미국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에서는 2011년 흑인 운전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전직 백인경관 제이슨 스토클리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번지고 있다.

15일 저녁 세인트루이스 시내에서 법원 판결에 화가 난 1000여 명이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하는 과정에서 23명이 연행되고 경찰관 10여 명이 다쳤다.

15일(현지시간)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피켓을 든 흑인이 진압경찰과 맞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피켓을 든 흑인이 진압경찰과 맞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위대는 리다 크루슨 세인트루이스 시장 관저에도 돌을 던져 유리창 등을 파손했다. 다음날에도 200∼3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진압하는 경찰에 거세게 저항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행위도 일어나 상점 23곳이 피해를 입었다.

16일(현지시간) 시위대 중 일부는 세인트루이스 시내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시위대 중 일부는 세인트루이스 시내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AFP=연합뉴스]

총격사건 발생 당시 스토클리는 마약거래 검문 과정에서 의심 차량을 멈춰 세운 뒤 차 안으로 총을 쏴 흑인 운전자 앤서니 라마 스미스를 숨지게 했다. 스토클리는 스미스가 총을 갖고 있어 방어 차원에서 발포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스토클리는 1급 살인 및 불법무기 사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 사건을 심리한 순회법원 티모시 윌슨 판사는 “경관이 자기 방어 차원에서 행동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합리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스토클리는 배심원 재판 대신 판사 재판(벤치 트라이얼)을 택했다.

16일(현지시간) 진압경찰에 거세게 저항하는 흑인 시위대원.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진압경찰에 거세게 저항하는 흑인 시위대원. [AFP=연합뉴스]

세인트 루이스는 2014년 흑인 소요사태가 일어난 퍼거슨과 가까운 지역이어서, 제2의 퍼거슨 사태로 확대될까 주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주리 주 에릭 그레이튼스 지사는 “주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평화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의 활동가들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세인트루이스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던 밴드 U2는 경찰이 보안 인력을 보내줄 수 없다고 하자 공연을 취소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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