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 '외유성 취재'… 회삿돈 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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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공적으로 일한답시고 국민의 혈세(血稅)를 낭비한 탓으로, (이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공영방송 KBS의 해외 취재에 동행했던 대학교수가 방송사의 '혈세 낭비'를 고발하는 글을 기고, 파문이 일고 있다. KBS-1TV의 책 소개 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는 지난 21일 영남대 박홍규(51.법학부.사진)교수의 '베토벤 평전'을 방영했다.

朴교수는 이를 위해 제작진과 함께 지난달 중순 오스트리아.독일 등지를 다녀온 뒤 21일자 부산일보.대구매일을 통해 당시의 일을 '고백'한 것이다.

칼럼에서 朴교수는 약속장소에서 이틀을 기다렸는데 PD는 "잦은 출장으로 공짜 비행기 표가 생겨 가족들을 데려오는 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며 그는 방송국 돈으로 가족들을 여행시키는 것을 노골적으로 자랑했다고 전했다.

朴교수는 고열에 시달린 PD의 아이 때문에, 또 약속을 제대로 잡지 않은 바람에 촬영은 제대로 못했지만 이 와중에도 PD 가족은 관광을 즐기며 출장비 정산용 영수증을 철저히 챙겼다고 지적했다.

朴교수는 또 PD가 고급 식당과 비싼 호텔만을 선호했으며, 겨우 촬영을 하려다가도 부인이 쇼핑을 해야 한다며 몇 시간 걸려 호텔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나는 일주일을 노예처럼 보냈으며, 무엇보다 프로그램은 거의 찍지 못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고통이 컸다."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한 朴교수는 "돌아오는 비행기표마저 혈세로 다시 샀을 때 그만뒀어야 했다"면서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글을 맺었다.

朴교수는 글에서 프로그램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네티즌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찾아 홈페이지에 "이럴 수 있느냐"는 항의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길환영 책임PD가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길PD는 26일 "담당 PD가 가족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감사실에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된 PD는 일단 제작 업무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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