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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협조에 보수야당의 ‘전술핵’ 카드 약발 떨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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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러 갔던 자유한국당 방미 대표단이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했다.
17일 국회서 방미 성과에 대해 브리핑을 한 이철우 의원은 “당장 전술핵 재배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국민의 뜻을 미국에 알렸다는 것이 방미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단은 9월 13일부터 2박 4일의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미 국무부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엘리엇 강 차관보 대행,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 등 미국 행정부 및 의회의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요구를 전달했다.
하지만 방미단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측은 “현재 전술핵 재배치는 어려움이 많으니 핵우산을 믿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즉, 기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주한미군의 자동개입 외에 추가 조치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철우 최고위원(왼쪽)을 단장으로 하는 자유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 방미단이 1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우 최고위원(왼쪽)을 단장으로 하는 자유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 방미단이 1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모처럼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만한 이슈를 꺼냈는데, 미국의 ‘비협조’ 때문에 자칫 전술핵 배치 여론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술핵 배치는 한국당이 가장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다른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과 날 선 공방을 벌이는 바른정당의 유승민·하태경 의원은 물론 여권에서도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진표 의원이 이에 찬성했다.

한국당, 방미대표단 사실상 '빈손' 귀국 #한국당, "이제부터 시작. 미국 설득해 나갈 것" #'독자 핵무장’ 두고 보수야당 의견 갈려

이와 관련해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비록 미국 정부 측은 표면상 부정적인 답변을 했지만, 해리티지 재단과 미국 정치인 등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공감을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들었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계속 미국 측에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을 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더라도 미국의 입장 때문에 한국 내 전술핵 배치 목소리는 이로써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도 미국에서 사실상 ‘불가’ 입장을 공식화한 만큼 다시 꺼내 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전술핵 배치로 공통 분모을 찾았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제 안보에서도 제 갈길을 걷는 분위기다.
당장 한국당은 미국에 재차 요구한 뒤에도 여의치 않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후 독자 핵무장도 각오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15일 대구에서 열린 ‘전술핵 배치 대구·경북 국민보고대회’에서 “전술핵 배치를 미국에 요구해보고 안 되면 핵개발을 하자“며 “국가의 자위적 조치로 NPT를 탈퇴할 수 있다. 1년 6개월 안에 핵탄두 100개도 생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1000만 국민 요구 서명운동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페이스북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페이스북

반면 바른정당은 독자 핵무장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대안을 찾는 모양새다.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우리가 독자 핵무장을 하면 한·미 동맹은 파탄이 나고 국제적 경제 제재에 놓이게 된다”며 “1주일도 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16일 페이스북에 “홍 대표의 독자 핵무장론은 친미가 아닌 일종의 반미 핵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독자 핵무장은 한·미 동맹 못 믿겠으니 끝내자는 선언”이라며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심각한 지상 전술핵보다 핵탑재 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상시 배치하면 훨씬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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