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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까짓것 범칙금 내고 말지 … ” 솜방망이 처분에 서울시내 불법 건축물 판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 을지로4가 중부시장 뒤편 대로변의 A건물은 ‘유령 건물’이다. 등기부상으론 1층 건물인데 실제론 2층이다. 구청도 이 사실을 몰랐다. 최근 항공사진 분석을 통해 무단 신축이 적발됐다. 중구청은 건물주가 법 위반을 시정하지 않으면 1억2000만원 상당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행강제금 2년7개월간 10만 건 #무단 증축으로 얻는 이익 훨씬 커 #서울시 “더 엄벌토록 법 개정돼야”

이처럼 건축물을 무단으로 증개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4만306건이던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는 2016년 4만7611건으로 18% 증가했다. 최근 2년7개월간 강제이행금 부과 건수는 10만207건에 달한다. 2015년 561억4824만원이던 이행강제금 부과 액수는 지난해 641억1827만원이 됐다.

불법 건축물이 계속 늘어나는 건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불법 증개축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까짓것 이행강제금 내고 만다’는 식의 건물주가 많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은 불법 건축물 건축주에게 원상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상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에 위반 면적을 곱한 금액 이하의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건물 시세가 제대로 반영하지 않다 보니 ‘솜방망이’로 전락했다.

한 예로 식당 면적을 넓힌 중구 을지로 2가의 B건물 건물주는 구청의 시정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38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6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다. 식당 매출은 한 달에 1억4000만원(구청 추정치)이다. 종로구 무교동의 한 식당주는 “상인들 사이에선 이행강제금을 그냥 한 해 한 번 내는 임대료나 전기료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1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가 가장 많은 동작구는 주로 고시원이나 다세대 주택 등에서 임대용으로 불법 증개축이 많이 이뤄져 소방 안전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박경서 서울시 건축기획과장은 “이행강제금 제도의 대대적 강화 없이는 불법 건축물을 줄이기 어렵다”며 “영리 목적 등으로 상습적으로 불법 건축물을 유지하거나, 도로 등 공개공지에서 임대업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더 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신헌호 대구일보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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