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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여론’에도 靑 “보수의 전술핵 요구는 미국 부정하는 자기 모순”

중앙일보

입력

지난 8~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성인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에서 전술핵 재배치 지지 응답이 68.2%에 달했다. 반대 답변은 25.4%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불안감이 표출된 결과다.

靑, 비핵화 명분ㆍ군사상 효용성 이유로 전술핵 부정적 #"미 '핵우산' 상황서 핵배치 요구는 미국 불신 자기 모순"

11일 오후 문재인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에서 프랑스 마크 롱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전고 배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의용 안보실장, 남관보 안보2차장,신재현외교정책비서관, 박수현대변인,송인배1부속실장,통역이 배석했다. 청와대제공

11일 오후 문재인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에서 프랑스 마크 롱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전고 배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의용 안보실장, 남관보 안보2차장,신재현외교정책비서관, 박수현대변인,송인배1부속실장,통역이 배석했다. 청와대제공

청와대는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송영무 국방장관이 미국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전술무기 재배치 문제를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시 속기록까지 확인했지만 와전된 내용”이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전술핵 배치 가능성을 부인하는 배경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북핵에 맞서 핵을 배치할 경우 발생할 ‘한반도 비핵화’의 명분 상실과 동북아 핵 경쟁 상황에 대한 나름의 우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핵으로 맞불을 놓는 것은 모순된 상황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이는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핵ㆍ군비 경쟁으로 가는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핵 미사일 폭발 시 떠오르는 검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핵 미사일 폭발 시 떠오르는 검은 버섯구름. [중앙포토]

또 다른 배경은 군사적 효용성이다. 이 관계자는 “핵무기가 무서운 이유는 핵무기가 가진 파괴력 자체에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불시에 발사돼 이를 저지할 수 없을 때 위력이 배가되는 것”이라며 “전시작전권은 물론 핵무기 운영 권한이 미군에 있는 상태에서 국내에 전술핵이 배치될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만에 하나 발생할 전시 상황에 북한에 선제 타격 지점을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이런 가운데 이철우 의원 등 자유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는 13~15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한국당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안보정당으로서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야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혈맹인 미국의 ‘핵우산’ 안에 있는 상황으로, 유사시 미국의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혈맹을 내세워 ‘안보정당’을 자처하는 야당 의원들이 미국에 찾아가 한반도 핵무기 배치를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지 믿지 못한다’는 모순을 스스로 공표하는 꼴”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1958년 1월 한반도에 처음으로 전술핵을 배치했다. 1967년 약 950기가 배치된 것을 정점으로 전술핵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1991년 9월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전술핵 철수’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해 12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는 단 하나의 핵무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12월 1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남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핵부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12월 1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TV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남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핵부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무기 생산 능력을 갖췄고, 특히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기술을 함께 확보하면서 “이미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깨진 것”“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해도 될 때와는 안보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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