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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를 날았다, 그리고 명중했다…공군, 북핵시설 쪽집게 공격용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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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4, 3, 2, 1. 스플래시(splash), 굿 히트(good hit), 굿 히트.”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하고 있다. [사진 공군]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하고 있다. [사진 공군]

12일 오후 서해 직도사격장으로 날아간 국방색 물체가 컨테이너 위에 설치된 십자가를 순식간에 통과하자 큰 먼지가 일었다. 지난해 12월 22일 공군이 실전 배치한 독일산 장거리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인 타우러스(TAURUS)의 실사격 장면이다. 공군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 지역의 주요 목표물을 정밀타격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이날 한 발에 20억원가량인 타우러스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했다.

12일 오후 F-15K 전투기 서해상서 직도 사격장 향해 발사 #해상 500m로 400㎞ 비행한 뒤 컨테이너 크기 목표물 명중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 타격에 안성맞춤 증명, 킬 체인의 핵심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F-15K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 공군][사진 공군]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F-15K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 공군][사진 공군]

사격을 앞두고 대구기지를 이륙한 F-15K 전투기를 조종한 이현우 중령은 이내 기수를 서해로 틀어 충남 안면도 상공에 도착했다. 공군 전투사령부의 위치정보 시스템 화면에 선박이 없는 해상에 전투기가 도착할 때쯤 “웨폰 어웨이(weapon away)”라는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투기에 장착했던 타우러스 미사일이 정상적으로 발사됐다는 의미다. 사거리 500㎞이상의 타우러스 장거리 미사일은 일반 전투상황 때 급박하게 발사하는 미사일과 달리 이륙 전 어디를 타격할지 목표물을 미리 입력한 뒤 발사하는 방식이다. 이날도 그랬다. 전투기에서 떨어져 나온 미사일은 자체 엔진을 점화한 뒤 해상 500m 높이로 남쪽으로 날다 동쪽으로 방향을 튼 뒤 ‘ㄴ’자 궤적을 그리며 발사 장소 상공으로 되돌아 왔다. 그러길 두 차례 400㎞를 비행한 뒤 직도에 설치된 목표물로 찾아갔다.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미사일이 목표물로 향하고 있다.[사진 공군]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미사일이 목표물로 향하고 있다.[사진 공군]

타우러스 미사일 비행 경로[공군 제공]

타우러스 미사일 비행 경로[공군 제공]

물론 미사일 전방에 장착된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보면서 최종 단계에서 목표지점을 조종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500㎞ 떨어진 지점의 창문을 때릴지, 출입문을 때릴지 결정해야 할 정도의 정밀타격이 가능한 이유다. 군 관계자는 “실전에선 북한의 핵시설이나 미사일 기지, 움직이는 이동식발사대(TEL)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공격이 가능하다”며 “실사격 훈련도 북한에 대한 한국군의 공격능력 과시차원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자 타우러스와 유사한 기능의 미국산 재즘(JASSM) 미사일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 기술유출 등을 이유로 수출을 거부하자 지난해 독일과 스페인이 공동 개발한 타우러스를 들여 왔다. 북한 전역을 정밀타격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최근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과 핵은 워낙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발사 전에 타격을 하는게 가장 효율적“이라며 ”타우러스는 북한군의 공격 징후가 명확할 때 선제타격하는 개념인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독일의 전설적 악마 매피스토(MEPHISTO)라는 별칭의 특수폭탄을 장착해 3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한 뒤 폭발하는 능력을 갖춰 벙커 등 지하시설이 많은 북한 지역을 공격하는데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F-15K 전투기에 장착된 국방색 미사일이 타우러스다[사진 공군]

공군이 12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정밀 타격을 위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F-15K 전투기에 장착된 국방색 미사일이 타우러스다[사진 공군]

타우러스는 특히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북한의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고 비행한다. 높은 고도로 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지상(해상) 30~40m의 높이를 시속 900㎞ 안팎의 속도로 지형따라 자유자재로 비행해 목표물로 다가간다. 공군 관계자는 ”타우러스는 군사용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해 재밍(jamming·전파방해)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사전에 입력한 지형정보를 스스로 대조하며 날아가기 때문에 정확도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안전을 이유로 12일 사격에선 폭약을 제거한 비활성탄(INERT)를 사용했다.

타우러스 도입사업을 주관한 이상문 방위사업청 유도무기사업부장은 ”이번 실사격을 통해 타우러스의 우수한 성능이 입증됐다“며 ”현재의 안보상황을 고려해 타우러스를 조기에 전력화함으로써 우리 공군의 전력증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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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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