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루크라행 비행기는 끝내 뜨지 않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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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이다. 빨리 일어나 준비해!”
순덕이형의 한마디에 전대원 모두 눈비비고 일어나 부지런히 짐을 싼다. 어젯밤 떠날 수 있는 모든 체비를 모두 갖추어 놓은 터라 별로 할 일이 없었지만 괜히 바빠지는 느낌이다.

새벽 2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5시가 넘어서야 조금씩 기세가 꺾이기 시작해 우리가 출발한 오전 6시쯤에는 완전히 멎었다. 그러나 구름 낀 하늘은 다행이라는 생각과 불안감을 교차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일단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5백㎏의 짐을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신속히 옮겼다. 그리고 나니 잠이 좀 깬듯했다.

6시정각 개인 배낭을 마지막으로 싣고 카트만두 공항으로 향한다. 6시30분 카트만두공항 국내선 입구에 도착한다. 기다리던 짐꾼들이 열심히 짐을 옮겨준다. 여전히 하늘은 어둡기만 한데…

대장님도 마중나와 본대 대원들을 격려해 주신다. 대장님의 격려를 받으며 대기실로 들어가 언제 뜰지 모르는 비행기를 마냥 기다리기 시작한다. 오전 7시를 기해 비행기가 하나 둘씩 이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가야하는 루크라행은 깜깜 무소식이다. 카트만두보다 루크라의 해발고도는 1천4백m정도 높기 때문에 여기 날씨로 생각해선 오산이다. 하지만 우린 루크라행 비행기가 제발 떠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한다.

공항의 분위기는 마치 우리나라 시골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한다.
“서울! 서울! 타세요!”
승무원이 외치면 대기승객들이 우르르 몰려와 무질서하게 버스에 오르듯 비행기에 오른다.

2층집만한 조그마한 비행기에 15명가량 올라타면 굉음을 내며 하늘을 가른다. 그런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잠시.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타야 할 루크라행 비행기에 오르라는 방송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지루함에 견디질 못한 대원들은 잠을 청하기도 해보고 옆에 사람이 데리고 있던 개와 장난도 쳐본다.

그러기를 5시간. 비행기 이륙이 취소됐다며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걸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만큼 루크라는 애간장 태우기에 충분했다. 루크라를 만나야 로체샤르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일까?

숙소로 돌아오니 허탈함과 함께 허기를 느낀다. 점심을 김치 비빔국수로 맛있게 먹고 나니 다시 활력이 생겨난다. 내일은 꼭 루크라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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