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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 제재 결의 앞두고 달아오른 신냉전 구도…원유공급 중단 강행 나선 미국, 버티는 중ㆍ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미국과 입장이 다른 중국·러시아 사이에 신냉전 구도가 달아오르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11일(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 12일)에 표결해줄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식 요청했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열흘도 안돼 표결을 위한 회의를 소집 요구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물밑 접촉을 통해 타협안을 만들어 표결에 부치다보니 회의 소집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과거와는 다른 모양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의 대북 결의 2321호를 채택하기까지는 82일, 지난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2371호를 채택하기까지는 30일이 걸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왼쪽), 류제이 중국 대사(가운데)와 북핵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오른쪽)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왼쪽), 류제이 중국 대사(가운데)와 북핵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회람을 돌린 13쪽짜리 결의안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초강력 제재 수단으로 꼽히는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대북 수출 중단과 ▶외화벌이 수단인 의류·섬유제품 수출 금지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가 포함돼있다.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섬유 수출 금지를 제외한 추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같이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 해법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4일 6차 핵실험 직후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중국이 제기한 ‘동결 제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쌍중단 해법’을 재차 내세웠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8일(현지시간) “한반도 문제 해결 방법을 중·러 양국의 로드맵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는 “소위 ‘동결 대 동결’(freeze for freeze) 제안은 모욕적”이라고 맞받아쳤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지난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합법적인 방어 훈련과 너무나 당연한 북한의 국제법 의무 준수를 교환하자는 것은 터무니 없다”며 “중국의 쌍중단 제안은 더 이상 워싱턴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결의안을 바로 상정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입장이 그만큼 완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부결되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미·중이 다시 타협안을 논의하는 절차를 거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 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인 필리핀은 지난 8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 섬나라들의 협의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들도 지난 8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실험과 괌 주변 해역 포사격 위협 등을 규탄하며 태평양 국가들의 선박등록부에 올라 있는 북한 무역선이나 어선의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하루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자국에 주재하는 김형길 북한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72시간 내 떠날 것을 명령했다. 유럽연합(EU)도 가세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8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이 국제사회와) 정치적 대화를 재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경제적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멕시코 등 중립국이 독자 제재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굉장히 큰 위협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와 관련해선 “당장은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 결의에 집중하고 있고, 이를 보완하는 독자 제재에 대한 논의는 그 다음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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