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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 가려졌던 ‘북 화학무기 개발’, 유엔 공식 문제제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핵에 가려졌던 북한의 화학무기 개발 문제가 유엔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시리아와 화학무기에 관해 협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시리아에서 금지된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광범위한 활동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 시리아가 국제사회에서 금지된 화학무기,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제제 전문가패널 “시리아와 금지된 화학무기 협력” # 미 연구소들은 화학무기 5000t보유, 연구인력 5000명 보유 분석 # 유엔 사무총장 대북 표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보리 단합해야” #

보고서는 2개 국가가 최근 시리아로 향하던 선박에서 북한 화물을 압수한 사실도 그 근거로 제시됐다. 2개국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화물은 북한의 무기 거래를 담당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시리아 과학연구개발센터(SSRC)의 위장회사들로 보내는 물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정부기관인 SSRC는 1970년대부터 시리아의 화학무기 개발을 주관해 왔다.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이 실시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시리아 민간인의 모습. [사진 CNN 캡처]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이 실시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져가는 시리아 민간인의 모습. [사진 CNN 캡처]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은 화학무기 개발을 위해 25∼50개 단체와 3500∼5000명의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미 국익연구소 해리 카지아니스는 북한이 보유한 잠재적 화학무기가 5000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당시 브리핑에서 “북한의 많은 위협이 핵과 미사일로 이뤄져 있지만 화학무기도 오랫동안 잘 알려져 왔다. 북한이 보유한 치명적 화학무기들을 미국은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이 세계최대 화학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은 당시 화학무기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월 김정남 암살에 사용됐던 대표적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는 최대 5000t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지난 2월 김정남 암살에 사용됐던 대표적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는 최대 5000t으로 추정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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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패널은 북한의 핵무기와 더불어 화학무기 개발을 지지하기 위해서 국제적 제재를 더 확실히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유엔 제재 결의에서 금지하는 석탄이나 철광석, 아연 등을 수출해 불법적으로 2억7000만 달러(약 3048억여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고, 금융 부문에서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한 실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전문가패널은 “이전보다 많은 회원국이 대북 제재 이행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질적인 이행은 북한 비핵화라는 핵심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1일에 있을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안 표결을 앞두고 프랑스 일간 ‘주르날 뒤 디망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는 우리가 몇 년 동안 직면해온 것 중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보리의 단합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만이 성공 확률이 있는 외교적 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모습[AP=연합뉴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모습[AP=연합뉴스]

구테헤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북 원유 금수 조치를 포함한 미국이 요구한 신규 대북제재 조치 결의안 내용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ㆍ영국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국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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