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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 최선희 국장 이달 말 초청…협상 중재 노리는 듯"

중앙일보

입력

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마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 기자단

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마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 기자단

 러시아가 북한의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을 이달 말 러시아에 방문하도록 초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최 국장의 방러가 성사된다면 이는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 뿐 아니라 러시아의 대북 문제 영향력 강화 차원에서도 주목할 사안이다.

WP 정부 관료 인용 보도 "조셉 윤 대표도 초청했다 연기" #푸틴, 대북 제재 강화 반대하며 '대화 통한 해법' 강조 #"미 외교정책에 당근과 채찍 휘두르려는 속셈" 우려도

신문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 칼럼니스트 조슈 로긴은 이날 ‘북핵 문제에서 러시아의 커지는 역할’이라는 칼럼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문제 관련해 막후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앞서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이달 초 방러 일정으로 초청했다. 윤 대표도 이를 수락했지만 일정이 연기된 뒤 다시 잡지 못하고 있다. 방러 일정 연기는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과 관련 있어 보인다.

최선희 국장과 조셉 윤 대표는 북-미 간의 유일한 물밑 대화 채널인 뉴욕채널의 책임자들이다. 러시아가 이들을 잇따라 초청한 것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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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의 이 같은 채널 가동이 트럼프 정부와 교감 없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고 WP는 지적했다. 한 미국 정부 관료는 WP에 “지금은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보다 더 강한 대북 제재와 중국에 대한 압력 강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료는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에서 지렛대(레버리지) 역할를 하려는 것 같다”면서 “문제를 망치든 중재자 역할을 하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 싱크탱크 국익 연구소(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의 폴 선더스 소장은 러시아가 중국과 더불어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온 데 주목했다. 선더스 소장은 “러시아가 북핵 문제 개입도를 높이는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협조하거나 훼방 놓을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그들로선 미국에 당근과 채찍 둘 다를 과시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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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 실험 뒤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법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푸틴은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북핵 문제는) 정치·외교적 해법 없이 해결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앞서 지난 5일 신흥경제 5개국(BRICS·브릭스) 정상회의 기자회견 때에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를 “소용없고 비효율적”이라면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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