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커틀러 “트럼프 'FTA 철수'발언은 재협상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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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5일 "미국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탈퇴' 발언은 재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협상 전술"이라고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교류재단·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주최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 포럼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깊은 본심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7년 한·미 FTA 체결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협상 수석대표였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공동주최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이광조 기자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공동주최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이광조 기자

커틀러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깊은 본심에서 나프타에서 탈퇴하고 싶어했지만 미국 경제가 캐나다·멕시코와 통합돼 이해관계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며 "그러자 보좌진들이 한·미 FTA 탈퇴 카드를 차선책으로 도마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한국과 재협상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 하나의 협상 전술로 한·미 FTA 탈퇴를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한·미 FTA 탈퇴는 잘못된 시점에 잘못된 정책"이라며 "실제 FTA를 탈퇴할 경우 우리는 이를 평생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후 "한·미 FTA를 유지하는 것이 양국 모두의 이익이며, 해결방안이 있다”며 한·미 양국에 6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커틀러는 먼저, 한국 측에서 제안한 FTA 효과 및 양자 무역 적자의 원인에 대한 공동연구는 논의할 가치가 있으니 미국 측이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상대 입장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다. 둘째, 양국이 생각하는 한·미 FTA에 대한 우려와 또는 문제점을 모두 펼쳐놓은 다음,이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안을 논의하라고 제안했다. 한국이 생각하는 현재 한·미 FTA의 문제점도 논의 테이블에 올리라는 조언이다.
 셋째, 현재의 한·미 FTA를 보다 잘 이행하는 데서 양국의 많은 우려는 해소될 것이란 지적했다. 커틀러는 "내가 무역대표부에 있을 때 한국은 FTA의 자구만 이행하려할 뿐 FTA의 정신을 이행할 생각이 없는 데 좌절했다"며 "한국의 새 통상교섭본부장(김현종)은 업무능력에 정평이 난 사람이니 FTA 이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는 좋은 기회를 삼으라"고 조언했다. 넷째, 양국 모두 한·미 FTA 일부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라고 말했다. 협정 개정은 쌍방향의 과정이기 때문에 미국도 한국이 일부 조항의 개정을 제안할 수 있다고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섯째, 한·미 FTA는 체결한 지 10년 됐기 때문에 양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이어 양국이 이해를 공유하는 디지털 교역 문제를 업데이트 의제로 올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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