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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중 2년생의 끔찍한 폭행 … ‘소년법’ 뜯어고쳐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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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악마는 결코 어리지 않았다. 폭행은 잔혹했다. 벽돌과 소주병, 의자까지 나뒹굴었다. 1시간40분 동안 폭행당한 피해자는 피범벅이 됐다. 4명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중2 여학생. 조폭 뺨치는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접한 국민은 공분하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충격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10대 미성년자들의 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각종 범죄영화나 게임을 모방한 흉악범죄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청소년만 6만3429명에 이른다. 하지만 구속된 인원은 649명에 불과하다. 미성년 범법자는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하거나 형을 감경해 주는 ‘소년법’이 적용된 영향이 크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십수만 명이 ‘소년법 폐지 국민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소년법은 자기 의사 결정권이 미약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아동인권보호협약상의 보호특칙이다. 우리나라는 1958년에 제정했다. 핵심은 만 18세 미만은 최대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다만 미성년자 유기·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는 최대 20년형까지 선고할 수는 있다. 하지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은 상위법인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돼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린다. 부산 여중생 사건 가해자도 1명은 만 13세여서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다. 나머지 3명도 소년법상 당장 구속이 어렵다고 하자 법 폐지 여론이 들끓는 것이다.

물론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잘 교화하고 선도해 학교와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린 나이’를 명분으로 계속 관용을 베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범죄의도·잔혹성·수법 등에 따라 형량을 달리하거나 예전과 달리 10대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숙한 만큼 적용 대상 연령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중2년생들의 범죄가 늘면서 ‘중2병’ ‘중이염(中二炎)’이란 신조어까지 나도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