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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전복-충돌 사고 속출하는데, 바다에는 술 취한 선장들 안전불감증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방파제에서 해경 직원과 잠수사 등이 뒤집힌 어선 803광제호의 실종자를 찾고 있다. 광제호는 포항 호미곶 동쪽 해역에서 파도에 뒤집혀 선원 9명 중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3명은 구조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방파제에서 해경 직원과 잠수사 등이 뒤집힌 어선 803광제호의 실종자를 찾고 있다. 광제호는 포항 호미곶 동쪽 해역에서 파도에 뒤집혀 선원 9명 중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3명은 구조됐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어선 전복·충돌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는 가운데 이번에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항하던 50대 선장이 해경에 적발됐다.

지난 2일 경북 영덕 축산항에 음주 상태로 입항하던 어선 적발 #어선 전복·충돌 잇따라 발생하는데…음주운항 단속 선박 척수 매년 증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면 면허정지 등 규제 #해경 "바다에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포항해양경찰서는 지난 2일 오전7시30분쯤 경북 영덕군 축산항에 음주 상태로 입항하던 어선(3t)의 선장 김씨(58)에 과태료 처분을 할 예정이다. 선장 김씨는 입항 중 지그재그로 배를 몰다 이를 목격한 해양경찰관에게 발견됐다. 음주측정결과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2%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김씨는 "술을 마신 뒤 출항했으나, 항해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얼마 후 바로 입항하고자 했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당시 선장 김씨의 배에는 1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배가 파도에 뒤집히거나 다른 배와 충돌사고가 일어났다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최근 포항 해역에서만 어선 전복·충돌사고가 두 건 발생해 9명이 사망·실종했다"며 "바다에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해양 종사자들은 특히 음주 운항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 남방파제에서 해경이 803광제호를 크레인으로 뒤집어 물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 남방파제에서 해경이 803광제호를 크레인으로 뒤집어 물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항 단속 선박 척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99건, 2013년 102건, 2014년 78건, 2014년 131건, 2016년 117건이 모두 음주운항으로 해경에 적발됐다.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5t 미만 선박을 음주 운항하다가 적발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5t 이상 선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낚시어선 및 유선, 도선 등은 5t 미만이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해기사 면허도 정지 및 취소된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면 1차 적발 시 면허정지 3개월, 1년 이내에 2차 적발 시 면허정지 1년, 1년 이내에 3차 적발 시 면허가 취소된다. 해경에 따르면 음주 운항한 선장 김씨에게는 면허정지 3개월 처분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5t 미만의 어선이고, 따로 인명피해가 없어 입건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3개월이 지나면 다시 운항도 가능하다. 음주 운항으로 해양사고 발생시 인명 및 재산, 해양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도 법적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포항 호미곶 동쪽 22해리 해역에서 뒤집힌 통발어선 주변에서 해경대원과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포항 호미곶 동쪽 22해리 해역에서 뒤집힌 통발어선 주변에서 해경대원과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경북 포항 구룡포 앞 바다에서 붉은 대게잡이 어선 제803 광제호(27t급)가 전복돼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포항구항에서 두 배가 충돌해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광제호 실종 선원 반모(45)씨와 손모(54)씨를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색 작업에는 해경 경비함정 6척과 해군 함정 2척, 해양수산부 관공선(무궁화호) 1척, 민간 어선 4척이 투입됐다. 해경과 해군에서 투입한 헬기 3대는 공중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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