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예선> ●판팅위 9단 ○안성준 7단
6보(88~102)=안성준 7단은 그동안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서 일곱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통합예선 결승까지 와서 미끄러진 것도 여러 차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올해 또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만약 이번에 안 7단이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통과하면, 그야말로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사자성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판세로는 '기(起)'를 기대해 볼 만하다.
좌변 흑에 붙인 88은, 흑돌의 숨을 죽이면서 중앙의 두터움까지 챙기는 '맛'이 있는 수다. 단순하게 '참고도1'처럼 백1로 귀를 지키면, 흑2로 뛰어 좌변 흑집이 크게 불어나게 된다. 작은 실리를 챙기기 보다는 대세점을 살피는 게 바둑의 기본이다. 백은 92로 막고 94로 이은 다음 96으로 시원하게 뛰어나갔다.
그런데 흑이 99로 젖혀 잇자 안 7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94가 잘못 둔 수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94를 두는 대신 '참고도2'처럼 백1로 호구친 다음 백5로 밀었어야 했다. 그런 뒤에 백7로 이었다면 곤마인 흑을 확실하게 괴롭힐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94를 두는 바람에 흑이 99로 젖혀 잇자 뒷문이 휑하게 뚫리고 말았다. 도망갈 길이 훤하게 보이는 흑마를 괴롭힐 방법은 없다. 후회막심이다. 갈 곳 잃은 백이 102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