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빠 캐디의 힘 … 오지현 첫 메이저 퀸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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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오지현이 대박을 터뜨렸다.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액인 3억5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동료 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는 오지현(왼쪽). [사진 KLPGA]

오지현이 대박을 터뜨렸다.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액인 3억5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동료 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는 오지현(왼쪽). [사진 KLPGA]

한국 여자 프로골프에는 ‘아빠 캐디’가 흔하다. ‘아빠 캐디’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도 무게가 20㎏ 가까운 캐디백을 메고 딸과 함께 18홀을 도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선수의 심리적인 안정을 돕는 데는 ‘아빠’만한 이가 없기 때문이다.

KLPGA 한화 클래식 13언더 우승 #단일 대회 최고 3억5000만원 상금 #“낯 많이 가려서 아빠가 가장 편해” #IQ 143 “샷 할 땐 수학 풀듯 계산” #프로 전향 최혜진은 공동 5위에

3일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 팰리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한화 클래식에서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한 오지현(21·KB금융그룹)도 캐디를 맡아준 아버지 오충용(51)씨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전했다.

오지현

오지현

오지현은 “4라운드 내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아버지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코스 안에서 든든한 내 편이 있으면 큰 힘이 된다. 아빠 덕분에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이날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단일 대회 역대 최고액인 3억5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오지현은 이제까지 KLPGA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뒀다. 아버지 오씨가 항상 그의 우승을 함께했다. 울산에서 영어학원을 경영하던 아버지 오씨는 딸을 돕기 위해 생업을 정리했다. 오지현이 골프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7년. 아버지 오씨는 2014년 오지현이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 캐디백을 메기 시작했다. 전문 캐디를 영입하려 했지만 오지현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며 아버지에게 캐디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캐디를 맡은 아버지 오충용씨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뻐하는 오지현(오른쪽). [사진 KLPGA]

캐디를 맡은 아버지 오충용씨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뻐하는 오지현(오른쪽). [사진 KLPGA]

아버지 오씨는 2006년부터 3년 연속 울산 대표로 전국 철인3종 대회에 나갔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골프에는 문외한이었던 그는 올해 초부터 딸을 위해 골프를 배우고 있다. 오지현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아버지랑 라운드하는 게 가장 편하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많이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이번 대회에서도 아버지 오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오지현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골프보다는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풀었다”면서 “4라운드 내내 즐겁게 쳤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영리한 골퍼다. 침착한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중학교 때 측정한 지능지수(IQ)가 143이다. 오지현은 “샷을 할 때마다 수학문제 푸는 것처럼 계산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날 2위 김지현(26·롯데·합계 11언더파)이 2타 차까지 매섭게 따라붙는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올해 들어선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일주일에 5~6차례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시즌 2승을 거둔 오지현은 “골프가 점점 재밌어진다. 이 감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혜진

최혜진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뒤 지난달 28일 프로로 전향한 최혜진(18·롯데)은 마지막날 7타를 줄인 끝에 합계 6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아마추어 시절엔 상금을 받지 못했던 최혜진은 생애 첫 상금 4095만원을 받았다. 최혜진은 “부모님과 오빠를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 내일 백화점에 나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서형석

서형석

◆서형석, KPGA 대구경북오픈 우승=서형석(20)이 경북 칠곡군 파미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합계 20언더파로 최고웅(30)·최진호(33·이상 합계 19언더파)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2009년 미국 CNN에 ‘골프 영재’로 소개된 데 이어 13세이던 2010년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올랐던 서형석은 2014년 프로로 전향한 뒤 3년 만에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KPGA투어는 13개 대회를 치르면서 단 한 명의 다승자(2승 이상) 없이 13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춘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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