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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시장 대붕괴 예측, 틀리면 리무진 운전사 된다는 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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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19 부의 대절벽
해리 덴트 지음
안종희 옮김, 청림출판

아니면 말고. 저자의 확신에 찬 경제 예측을 따라가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경제 예측은 틀리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고(故)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학자가 점쟁이는 아니다”는 어록을 남겼을까.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로 주목받은 저자 해리 덴트의 예측은 속 시원하고 거침이 없다. 언제, 어느 정도의 시장 충격이 있을지까지도 분명하게 밝힌다.

저자의 논지는 이렇다. ‘우리는 지금 현대 역사상 가장 크고 광범위한 거품을 목격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금융의 코카인이다. 과거의 모든 거품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고통스럽게 터질 것이다. 시장 붕괴 시점은 지금부터 2020년 초 사이다. 다우지수가 5500선으로 떨어지고 세계적 불황이 온다.’

현재 2만대를 넘어선 다우지수가 반의반 토막이 난다니, 소름이 돋는다. 이런 비관론의 근거는 인구 구조와 소비 지출의 사이클을 분석한 세대지출 주기(週期) 등 네 가지 사이클이 대공황 시기처럼 모두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서와 번역서의 제목에서 서로 다른 미국과 한국의 출판문화가 읽힌다. 원서의 제목은 ‘일생일대의 세일; 2017~2019년 버블 대붕괴 때 부자 되는 법’이다. 한국은 비관론을 팔고, 미국은 그 와중에 낙관론을 마케팅했다. 저자는 “모든 버블의 끝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며 2023~2036년에는 호황이 올 것으로 봤다. 저자의 투자 조언은 ▶미국 국채를 사라 ▶주식·부동산·금·은·원자재·정크 본드는 피하라 ▶중국이 아니라 인도에 투자하라 등이다.

저자가 주기를 분석해 일본의 장기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지만 과거의 성공이 반드시 미래 예측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시장 대붕괴 예측이 틀리면 직업을 바꿔 호주에서 리무진 운전사가 되겠다고 호언했다. 나는 그가 머지않아 리무진 운전대를 잡을 것이라는 데 한 표를 던지겠다. 아니면 말고.

서경호 논설위원 praxi 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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