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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이유정, 억울한 부분 많다”…박성진 사퇴엔 선그으며 “생활 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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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대박’ 논란에 휩싸였던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8일 지명 이후 24일 만이다. 차관급 이상 인사 중에선 안경환(법무부)·조대엽(고용노동부) 전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이어 다섯 번째 낙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와 헌법재판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제가 생각하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역할도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와 관련한 의혹과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고위험이 따르는 일부 코스닥 종목에 단기간 투자해 12억원이 넘는 고수익을 올린 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온라인에선 주식 투자의 귀재인 워린 버핏에 빗대 ‘유정 버핏’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특히 ‘가짜 백수오’ 파문이 일었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의 경우 이 후보자가 근무했던 법무법인 원에 사건을 의뢰한 적이 있고, 상장 5개월 전에 매수했다는 점에서 의혹이 집중됐다.

1일 자진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앙포토]

1일 자진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앙포토]

야당에선 “이 후보자가 공개되지 않는 내부자 정보로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의 진정으로 금융위원회가 이 후보자의 주식거래 조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이 후보자는 사퇴를 하면서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들은 분명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역시 이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불법 투자) 의혹을 인정했다는건 결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자진 사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저희로선 존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식투자와 관련해 억울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어떤 사안에 대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의혹 제기의 대상이 됐을 경우 통상적으로 매우 정신적으로 약해지고 괴로워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검증 질문서에 비상장 주식의 거래 관련 항목이 있는 것과 관련해선 “(청와대) 검증 과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 수는 없다”면서도 “이 후보자 본인이 그 주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자가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한 동료 중에) 손해를 봤던 사람도 있고, 돈을 번 사람도 있다”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내용을 (청와대가) 확인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자신의 논란에 대한 해명기자회견을 했다. 강정현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자신의 논란에 대한 해명기자회견을 했다. 강정현 기자

청와대는 더 이상의 공직 후보자 낙마는 막겠다는 입장이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로 지목당해 진보 진영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서 벗어난 후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점검회의에서 박 후보자 논란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보고했고, 임 실장과 참모진은 언론 보도 내용 등을 토대로 토론을 했다고 한다. 토론 결과는 “박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문제 제기가 있음에도 장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은 없다”는 쪽이었다.

이 관계자는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보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굳이 표현한다면 ‘생활 보수’ 스타일”이라며 “역사 인식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과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여전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당초 7일 실시키로 했던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11일로 연기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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